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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동우 |
노인은 누구인가요.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에 관한 논쟁이 뜨거웠고, 먼 나라 프랑스에서는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전국적 파업과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각 나라마다 그리고 국내 여러 지자체마다 그리는 사회보장의 그림은 다양하겠지만, 그 주체인 노인은 누구인가요. 사전적 의미로, 노인(老人)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의미하지만, 현행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의 정의나 연령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노인학대 관련 범죄, 노인학대 신고 의무와 절차 등 개별 조항에서만 학대피해노인의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초연금 수급연령,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등 각 법령 및 제도상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노인은 현재 기준으로 대부분 65세 이상인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라고 보는 연령기준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참고로 대법원에서는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기준이 되는 노동가동연한(일반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을 1989년에 55세에서 60세로 올리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로 30년이 지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에 노동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국민의 평균여명과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제반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이 판결은 현행 60세 이상인 ‘정년’(「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규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노인의 삶은 어떠한가요. 「대한민국헌법」은 제10조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규정하고, 「노인복지법」 제2조 제1항에서는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 발전에 기여하여 온 노인이 존경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아야 함을 기본이념으로 제시하고 있지요. 한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그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을 상기할 때,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나 존엄하며 특히 노년에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삶을 향유하고 있는지 질문해 봅니다.
잘 아시다시피, 오늘날 우리 사회는 총인구 규모 감소와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저출생, 그리고 초고령사회로의 이행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지요.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출생아 수 26만 562명에 비해 사망자 수 31만 7,680명으로,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현상인 인구 데드크로스가 2020년부터 시작된 이후,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정에 더하여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노인은 일상적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취약계층 노인은 빈곤과 자살, 학대 등으로 인하여 노년의 시기에 존엄한 일상적 삶을 영위하지 못하였고, 코로나19라는 위기에서 돌봄 공백과 높은 치명률 등으로 노인의 취약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고 존엄하며 이 가치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훼손되거나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나, 여전히 수많은 노인들이 빈곤과 학대에 노출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은 노인 혐오와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등 연령주의(Ageism) 폐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인권의 취약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이제껏 노인의 인권 문제는 여러 이유로 외면받았습니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의 문제가 아닌 ‘노인’의 문제로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 혹은 먼 훗날의 일들로 여기면서 시급한 노인인권의 심각성을 덮어두고 있었습니다. 노인의 인권 실태와 현안을 올바르게 직시하기 위해서는 인간 존엄성 및 기본적 인권 보장이라는 인권의 눈과 감수성으로 노인을 권리 주체로 인식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우리 사회는 취약계층 노인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점검 및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권은 누군가의 ‘허락’이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그 이유로 인권의 주체가 되며, 노인은 노인으로서 노인인권의 주체가 됩니다. 그러하기에 노인인권의 시작은 노인을 복지의 수혜적 대상이나 타자가 아닌, 주체적인 당사자로 바라보는 것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