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부분이 요양원에 입소하기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개인 의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집단생활을 전제조건으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같은 공간을 쓰는 환경, 이 런 집단생활을 위한 환경속에서 개인의 개성은 말살되기 쉽다. 내가 일 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을 하는 이런 당연한 일상이 요양원에서는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장기요양 기관을 '맡기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당연히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을 버려진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요양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이용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그곳에서 남은 일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요양시설의 운영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정원이나 이용한도 이상으 로 수익을 확대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운영자는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 고자 한다. 인건비를 줄이거나 식비를 줄이거나 혹은 안전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줄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운영은 결국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경쟁력이 떨어져서 다른 시설에 이용자를 빼앗 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서비스질의 관리가 필요한데 여기에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이 바로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신속한 식사 돌봄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만 식사를 제공하거나 빨리 드시게끔 요양보호사 본 인의 페이스대로 밥을 떠먹여드리는 행위, 배변 돌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기 저귀를 갈거나 야간에 기저귀 상태를 확인하느라 갑자기 이용자를 깨우거나 하는 행위 등에서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돌봄이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 이 보게 된다.
특히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와상인 이용자의 경우 본인의 의사표현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 해 전혀 이들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조차 하지 않는다. 전적으로 자신의 몸을 맡겨야만 하는 분 들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표정이나 동작으로 자신의 의사 표시 정도는 할 수 있다.
개인의 욕구를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는 과거 기록을 통해 유추할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운 영을 위해서는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가 아닌 수요자 위주의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돌봄을 받는 곳이 아닌 나 스스로 혼자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이용자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을 때 요양원은 생활의 장(場)으로서 가고 싶은 곳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