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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개밥 논쟁 종식하자

최근 한 요양원에서 먹다 남은 밥과 반찬을 믹서기로 갈아서 어른신들 식사로 제공했다는 내부 고발한 사건이 보도기사로 큰 이슈가 되었다. 

보호자들은 개밥도 이렇게 주진 않는다면서 분노했고, 밥 그릇엔 죽처럼 보이는 믹서기로 여러 가지를 갈아 만든 음식이 담겨 있고 유부와 무를 넣어 끓인 멀건 국이 전부였다. 

이는 저작기능이 저하된 어르신들을 고려한 식사이기보다 인지능력이 없는 어르신들께 먹다 남은 음식까지 갈아 제공한 것이다. 이는 식사의 안전성을 넘어 삶의 존엄까지 무시한 학대라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가 급증가 일본 또한 초기 식사케어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였다. 음식
을 한꺼번에 갈아 제공하여 개죽과 다를바 없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 데시마 교수는 입으로의 식사란 단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써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음식을 통해 영양상태와 입으로 먹는 즐거움 QOL(Quality of life)을 유지하고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며 단순히 식사개호가 아닌 고령자 개개인이 보유하는 식문화 및 식습관 등을 포함한 식환경을 이해하고 음식을 입으로 맛있게 먹음으로써 고령자의 전반적인 개호와 지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은 이미 1960년에 노인복지법이 생기고 고령화사회가 된 70년대에 들어 노인의료비의 무료화가 시작되고 이후 의료비 부담, 고령자의 인권 등이 이슈화 되어 입으로의 영양공급을 중요시 여기게 되었다. 1978년 개설된 법인 특별양호노인홈 쥰세인은 입으로의 식사를 통한 영양지원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1984년 씹고 삼키는 기능저하로 식사와 수분을 섭취하지 못하고 탈수와 발열에 힘들어 하는 어르신들이 의료기관에 실려가는 사례가 많았다. 

특별양호노인홈은 의사가 상근하지 않고 간호사도 부재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회복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져 그 사망 원인을 고민한 끝에 “본인은 버려졌다”는 자포자기의 기분에 의욕이 상실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들은 “우리가 더 무엇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시작되어 신체불량 상태에도 섭취가능한 식사는 만들 수 없는지, 그중에도 연하장애(삼킴장애)의 대응이 급선무였다. 특히 오연성폐렴으로 여겨지는 발열로 인한 입원을 막아야 했다. 오연되지 않고 사레걸림 없이 식도로 넘어갈 수 있고, 영양손실도 없는 식사는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한 끝에 ‘왜 식사로 사레 걸리면서 침으로는 사레가 걸리지 않을까, 침과 같이 점성이 있는 식사는 어떨까’ 라는 쥰세인 도키타 이사장의 발상으로 최초의 개호식인 구명푸딩이 탄생하였다. 























(그림➊) 일본에서 개호식이라고 하는 단어가 사용된 것이 이 시기다.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구명푸딩은 1991년 일본영양개선학회로부터 학회상을 받았으며 신체불량에도 삼킬 수 있어 몇일 후에는 일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입원하지 않고도 어르신들의 신체관리에 자신이 생긴 쥰세인은 개호의 기본방침이 마지막까지 입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이로인해 (그림➋) 쥰세인에서의 개호식은 1. 오연과 질식이 일어나지 않을 것, 2. 영양과 수분공급을 행할 것, 3. 맛있게 목넘김이 좋도록 할 것. 이 3가지 조건으로 제공하는 방침이 생겼다. 그로부터 이 조건을 만족하는 식사형태가 발전하여 연하식, 소프트식, 부드러운식 등 다방면에서 연하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을 위한 식사가 병원이나 시설에 독자적으로 개발되어 제안되었다. 

2005년 초고령화시대(2007년)로 접어들기 전 일본 개호보험법이 개정되어 1.개호예방, 2.치매케어, 3.지역케어의 3가지 과제를 추진하고, 1.개호예방에서는 1)운동기능향상, 2)구강케어, 3)저영양개선을 
중점적으로 전국 각지역으로 개호서비스를 시작하였다. 2)구강케어에서는 구강기능향상에 구강청결, 타액분비, 저작, 연하, 식사섭취 등 구강기능이 저하된 이용자를 위하여 구강기능향상을 목적으로 구강기능의 지도와 저작훈련 등 적절한 지도를 행할 경우 가산점을 준다. 더해, 섭식기능요법 확대와 경구섭취회복촉진을 위한 가산점도 신규로 진행하였다. 

고령자에게는 저영양의 원인인 식욕저하 및 저작연하기능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식사를 입으로 먹을 수 없는 사람의 대응이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입으로 먹을 수 있는데 경관 또는 정맥영양을 하거나, 먹을 수 없는데 억지로 먹게하여 질식, 오연성페렴, 저영양, 탈수를 유발시키는 일이 없도록 안전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2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중앙환자안전센터는 ‘이물질(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choking)’를 주제로 환자안전 주의경보를 발령했다.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이번에 발령한 환자안전 주의경보는 연하곤란(삼킴장애)이 있는 환자에게 음식물 섭취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소홀히 해 환자에게 위해(危害)가 발생한 주요 사례와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 예방을 위해 제공하는 음식은 환자의 연하능력에 따라 음식물의 농도와 질감을 달리한 연하보조식을 제공하여야 하며 음식물의 점도를 조절할 수 있는 처방받은 점도증진제도 사용(예 – 물을 요플레 정도의 점도로 제공) 하여야 한다. 주의경보 발령에 따른 연하곤란(삼킴장애) 위험정보 표식을 7단계로 시각화하여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쇄 예방 등에 활용하도록 하였다. (그림➌)

김연정 박사
▶ 일본여자대학교 대학원 조리과학 박사 
▶ 전 일본 나가타산업창조기구 연구원
▶ 전 대상 식품연구소 연구원(팀장, 차장)
 - 고령식검토 및 개발
현) 고령자신식생활연구회회장
현) 성남산업진흥원 자문위원
현) 고령친화우수식품 심사자문위원
현) 복지유니온 기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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