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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훈의 자상어보] 복 받은 새해

 
(주)이앤 노영훈 대표(사회복지사)

 2023년 계묘년 새해 첫날에 복이 터졌다. 귀한 복어(鰒魚) 다섯 마리를 선물 받은 것이다. 동해 바닷가에서 아버지와 낚시 할 때 잡혔던 복어와는 차원이 달랐다. 30센티미터 정도 길이에 등이 푸른빛이었고 순두부 모양의 애까지 잘 손질되어 있었다. 

 신기했다. 집에서 복어를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고 평생 두 번 정도 먹어본 물고기 아닌가! 복어 손질은 자격증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상식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요리조리 살폈다.

 어딘가 모르게 몰려오는 두려움. 귀한 물고기를 준 사람을 생각하면 몹쓸 생각이지만 손질을 잘못한 복어일 경우를 상상하게 되었다. 기우(杞憂)는 대범한 실천을 통해 해결되기도 하는 법. 큰맘 먹고 새해 첫날 떡국이 아닌 특별한 요리를 해본다. 믿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용기(勇氣)탕. 복지리 탕 도전이 시작되었다. 

 블로그,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한다. 미나리, 콩나물 ,무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과 함께 맑게 끓여 먹는 방식이 소개되어 있었다. 다른 생선으로 매운탕은 끓여봤던 터라 방식은 어려워 보이진 않았다. 소개되어 있는 식재료를 모두 따라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내 입에 맞으면 최고의 요리. 직장동료의 도움으로 냉장고에는 있는 야채는 배추와 무 두 가지만 넣고 간을 한 후 물을 붓고 끓였다. 

 그런데 생선을 넣기 전에 설왕설래다. 유난히 두꺼워 보이는 푸른 생선 비늘을 벗기고 넣느냐 그냥 넣느냐였다. 못 먹을 것이었으면 그대로 왔을 리가 없지 않은가! 통째로 입수 시켰고, 복지리탕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국물부터 먹는다. “캬” 하고 함께 먹는 직장동료의 입에서도 나에게서도 같은 감탄사가 나왔다. 국물이 굉장히 시원했고 생선 육질은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 애는 입안에서 녹았다. 껍질을 버렸으면 욕을 바가지째 먹었을 뻔한 맛이었다. 복어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복어는 저칼로리, 고단백질 생선이며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몸의 저항성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우리 간에 있는 유해물질과 독소를 배출해주기 때문에 간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도 한다. 술꾼들이 해장을 위해 자주 찾는 이유가 있었다. 특히 알코올에 들어있는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하므로 숙취 해소는 물론 암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복어는 복(福)이 아닌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먹어본 용기(勇氣)탕은 복(福)탕이었다. 배가 부르니 생각나는 것일까? 시골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는 무엇을 드셨을까? 

 일 핑계로 신년인사를 문자로 하는 못난 아들. 구정에 인사 가니 괜찮다는 생각은 누구에게 배운 상식일까. 부끄러워진다. 어렸을 때 다섯 식구가 작은 밥상에 둘러앉아 생선국을 먹었던 때가 떠 오른다. 

 국 한솥을 끓여서 어머님께서 상을 차리시면 “일식 삼찬(三餐)이다!. 반찬이 많으면 밥맛이 없다!” 라는 아버지의 말씀과 함께 먹었던 가족과의 유년시절 식사자리. 고기 반찬 보다는 생선과 채소류로 반찬 두 세 가지가 올라왔던 어머니의 밥상은 우리 삼남매를 비만 없이 성장하게 했다. 278킬로미터 떨어져 사는 부모님께 복지리탕을 드릴 수 없어 속이 상하니 국그릇에 어머니 아버지 얼굴이 보인다. 
 
 복어 다섯 마리중 한 마리를 먹었고, 남은 것은 네 마리. 본가에서 복어를 먹은 적이 없었으니 특별할 듯하다. 아버지 어머니 성격에 틀림없이 복어의 안전문제를 거론하실 것이다. 잘 먹고 아직도 멀쩡히 생존해 있으니 안심. 여동생이 간이 안좋아서 걱정이었는데 국물 떠먹고 깨끗이 나았다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듯하다. 이번 명절에는 떡국 대신 복어국이 차례상에 올라갈 수 있을까?

 선물의 종류는 많지만 이번에 받은 복어는 온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선물을 해 준 지인의 깊은 속이 복지리탕의 깊고 시원한 국물이 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적신다. 택배로 보내면 편하겠지만 아들표 복지리탕을 끓여드릴 생각이다. 

 어린시절 겨울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날렸던 가오리연. 실 한 줄에 소망과 소원을 담았던 기억들은 하늘 높이 다시 날아오르고, 기다란 연꼬리에 매달린 선물들 사이로 복어 네 마리가 방긋 미소짓는다. 복 받은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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