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밀요양원을 찾았다. 파주의 넓은 평원이 보이는 곳에 설립된 시설이다. 생활실에서 보이는 파릇파릇한 모들이 질서 정연하다. 이 시설 설립자 김희숙 원장은 간호사로 평생 의료현장에서 일했다. 김 원장은 2010년 10월 1일자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받았고 29인 정원이다. 시설입구부터 방역수칙에 따라 종사자의 안내과정이 친절하면서 엄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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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협 김희숙 회장 |
요양원을 설립한 이유는
아버지는 의사였다. 그리고 나는 간호사다. 평생 의료인으로서 인간의 병(病)과 사(死)를 목도했다. 사람이 병들고 사고로 죽어가는 모습을 평생 지켜봤다. 우리 요양원에서는 가급적 자연사하시는 모습을 그리며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종은 삶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남은 후손이 있고 살아온 그분들의 궤적이 있지 않는가. 시설에서 평온하게 살다가 평화롭게 임종을 맞이할 권리가 있으신 분들이다.
시설확장계획은 없나
대형시설은 버겁다. 왜냐하면 어르신들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어르신 수가 많으면 더 돈벌이가 되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더 잘 모시는데, 29인 시설도 크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나는 대형시설 원장님들을 대단한 분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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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밀요양원 침실밖으로 너른 평원이 인상적이다. |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특별한 날인가
아니다. 우리 기관은 어르신들의 식사 전 흥겨운 노래자랑 시간을 갖는다. 마음이 즐겁고 몸이 풀리면 식사시간이 즐거운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자녀들의 재롱을 보면 즐겁듯, 우리 직원들이 최대한 즐거운 식사분위기를 만들어 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 시간을 보람으로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아 고맙다.
노인학대 관련 에피소드
예전에 어르신 한분이 돌아가신 일이 있었다. 새벽시간 어르신이 바닥에 앉아계셔서 침대로 모셨다. 혈압 등 기본 계측 상 문제없다는 보고를 받고 출근해보니 어르신의 의식상태가 코마였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했고, 며칠 후 돌아가셨다. 보호자는 7억 원을 요구했다. 거절했다. 이번에는 5억 원을 요구했다. 또 거절했다.
보호자 요구를 왜 거절했나?
나는 의료인이다. 어르신 사망에 조금이라도 원인 제공을 했다면 당연히 책임져야한다. 그러나 어르신 상태와 종사자들의 대응에 있어 어떠한 책임요소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당한 요구를 거절했다. 그 결과 보호자가 여러 정부기관에 신고해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경찰과 감독기관 조사결과는 모두 무혐의였다. 결국 보호자는 보험회사로 부터 소액의 장례비와 위로금만 받았다.
서비스관리에 엄격한 편인가
나는 엄격하다. 어르신의 생명과 인권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이다. 평생 간호사로서 그 역할과 윤리의식이 몸에 익었고, 종사자의 순간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엄격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은 싫어한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전문가로서 엄격해야한다는 점은 공감한다. 그래서 예전에 그만뒀던 종사자들이 엄중한 자세 때문에 다시 입사했다고 한다. 고맙다.
파주협회장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준법경영이다. 보건복지부와 공단이 제시하는 기준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가이드라인을 따르게 되면 오히려 편하다. 물론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도 있고, 시대에 뒤처지는 것도 있다. 그래서 협회가 필요하다. 협회는 회원시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결사체다.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는 생명체의 호흡하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회원시설에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정보는 숨결이다.
영국의 수상 마거릿대처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수많은 명언을 남기고 2013년 4월 세상을 떠났다. "진짜 중요한 일은 타협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세상 누구도 나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등의 말을 남겼다.
김희숙 원장의 단호한 자세를 보며 대처 수상이 떠올랐다. 김원장은 "요양원은 어르신과 직원 그리고 설립자의 요구사항에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두 귀한 사람들이지만 힘의 균형이 깨지면 결국 시설은 망가진다"고 강조했다. '진짜 중요한 일'이 지켜지지 않고 '타협'이라는 명목하에 왜곡된다면, 요양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되뇌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