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하면서 요양시설 입소자들이 입는 피해도 다시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코로나19에 걸려도 경증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자 등 취약계층은 여전히 위험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미국 비영리 매체인 '나인틴스뉴스(19thnews)'는 미국은퇴자협회(AARP) 자료를 인용해 코로나19 사례가 급증하면서 요양원 거주자들이 심각한 중증 또는 사망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AARP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내 요양원 입소자 가운데 35명 중 1명꼴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전달에 비해 27% 늘었다. 또 거주자 사망률은 전월 대비 54% 증가했다. 5월 입소자 코로나19 사망률은 100만명 당 0.04명에서 6월에는 100만명 당 0.07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AARP는 또 같은 기간 요양시설 종사자 중 코로나19 사례가 42% 증가했다며 종사자 28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아리 하우저 AARP 공공정책연구소 고문은 "확진자 수가 꽤 많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 전인 2020년 여름과 가을과 같은 수준"이라며 "작년 델타 변이 유행 당시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시설은 한번 확진자가 발생하면 다른 환자로 퍼지기 쉽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대부분이라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 가능성이 큰 환자들이 많고 요양시설 특성상 직원들이 여러 방을 돌아야 하는데 감염병이 발병해도 따로 격리할 만한 시설을 갖춘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으로 인해 코로나19 사망률이 유행 초기만큼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백신 접종률 증가세가 정체돼 여전히 피해가 발생할 우려는 있다.
지난 6월 중순 기준 미국 내 요양원 입소자 74%, 종사자 51%가 백신 접종을 마치고 1차 추가접종을 받았다. AARP는 이 수치가 5월에 비해 입소자는 2%p(포인트), 종사자는 3%p 증가했다며 백신접종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1차 추가접종을 받은 많은 사람이 이미 2차 추가 접종을 받아야 할 때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하우저 고문은 "요양원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 있고 직원들이 방에서 방으로 돌아다닌다. 사람들이 문을 닫고 격리할 수 있는 아파트가 아니다"고 우려하면서도 "팬데믹(대유행) 초기처럼 한 달에 2000명씩 사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요양시설 거주자 대부분과 종사자는 2차 추가접종을 받을 자격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 코로나19 재유행을 이끄는 BA.5 변이는 기존 오미크론에 비해 전파력이 더욱 강해지고 면역 회피 특성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서 백신 접종을 받았거나 이전 대규모 오미크론 유행 당시 감염돼 자연면역을 획득했던 많은 사람이 곧 면역이 소실되는 시점이 돌아오고 있다는 점도 감염 확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도 요양병원·시설 등 고위험군 취약시설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국내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25일부터 요양병원·시설, 정신병원·시설에서 허용했던 대면 면회를 금지하고 비접촉면회만 허용하고 있다.
입소자의 외출·외박은 필수 외래진료를 제외하면 전면 제한하고 해당 시설 종사자의 PCR(유전자증폭) 검사 주기도 단축한다. 현재 종사자는 4차 접종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았거나 확진 후 45일 이내인 경우 외에 모두 주 1회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