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폐지 등 재활용품을 모아 고물상에 파는 어르신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폐지값이 내려가면서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기온이 높은 정오까지도 폐지를 줍고 다니면서 온열질환에 걸릴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무거운 리어카를 이끌고 도로를 지나다니며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는 위험도 노출된 것으로 보였다.
20일 오전 11시께 찾은 전주시 경원동에 있는 한 고물상을 찾았다.
한 어르신이 각종 폐지와 재활용품들이 가득 쌓인 리어카를 끌고 힘겹게 고물상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물상에 폐지를 팔고 나온 어르신은 천원짜리 지폐 몇 장을 손에 쥐고 걸어나오고 있었다. 지속되는 찜통더위로 걷기조차 힘든 상황에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위해 하루종일 비지땀을 흘리며 폐지를 주워서 받은 돈이었다.
양 모 어르신(72)은 “과거 1kg당 130원 가까이 하던 폐지값이 이제는 90원~100원도 안 해 수입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오늘도 새벽부터 8시간 이상 모은 폐지를 팔아서 8천원 남짓한 돈을 벌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양 어르신은 “도로 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사고의 위험도 있고 폭염으로 덥고 힘들지만,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폐지를 주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고 덧붙였다.
전주시 서신동의 한 편의점앞에서는 자전거에 종이박스를 싣고 있는 김 모 어르신(67)을 만날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 폐지를 줍기 위해 많은 거리를 돌아다닌 어르신의 얼굴에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김 어르신은 “우리 같이 나이 많은 사람은 어디 일할 곳도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며 “폭염이 무섭기도 하지만,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 다녀야 한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이처럼 살인적인 폭염속에서도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폐지를 주워야 하는 어르신들이 전주시에만 26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주시도 이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의 폭염 및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각종 예방책을 세우고 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 등 관계기관들의 고심이 느껴지는 한대목이다.
전주시 한 관계자는 “올해 초에는 공동모금회를 통해 40세대에 10만원씩 지원을 해드렸지만,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며 “그렇지만,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여름철에 맞는 지원물품을 나눠줄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