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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자 서울지역본부 본부장 |
언론을 통해 종종 들려오는 노인학대 소식은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방패에 대한 바로미터가 된다. 지하철 청소년에게 폭언과 폭행당하고, 폐지 줍는 노인이 묻지마 식 폭력에 희생되는 보도를 접하며, 노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해진다. 필자는 대한민국 노인학대 현황 보고를 보며 노인인권보장을 위한 고민을 맞들고자 한다.
정부는 매년 노인학대 발생 현황보고서를 발간한다. 2019년 한 해 동안 전국 34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 된 건수는 16,071회나 됐다. 2020년 통계 기준 노인학대판정건수가 최초 5천 건을 돌파했다. 세건 중 한건은 노인학대사례로 판정될 만큼 노인학대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 행위를 발견하면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는데, 법 기준대로 보면 의무신고자와 비신고의무자로 나뉜다. 예를 들어 어르신이 병원 진료를 받는데, 몸 여기저기에 멍들어 있다면, 왠지 이상하다. 그래서 간호사는 어르신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면 감이 온다. 계단에서 구르거나 미끄러져 다친 멍과 맞아서 생긴 멍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때 간호사는 신고의무자로 경찰에 신고 해야 한다. 2019년 학대사례 5,243건 중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건수는 877건(16.7%)이며, 비신고의무자는 4,366건(83.3%)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신고 대부분이 비신고의무자라는 점은 우리사회에 큰 과제를 던진다. 비신고의무자 분석결과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지킴이단과 경찰관 등 관련기관이 3,358건(76.9%), 친족 386건(8.8%), 학대피해노인 본인 358건(8.2%), 타인이 259건(5.9%)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대피해노인 본인이 신고한 것은 8.2%에 불과 했다. 노인학대 가해자가 주로 가족이기 때문에 신고를 기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노인학대 신고는 어디에 했을까? 통계를 살펴보니 학대사례 절반에 가까운 사례가 112신고였다. 노인학대로 의심되면 112에 신고하면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경찰 신고건수보다 약간 적지만 절반 가까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신고방법도 살펴보니 서면신고가 49%, 전화신고가 46.8% 나머지는 직접 대면 신고였다.
만약 옆집에 어르신 한분이 살고 계신데, 그 집 자녀가 종종 큰소리로 행패부리고 가재도구를 부수는 소리가 난다면, 이웃 주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의 가정사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속설에 따라 침묵해야 할까? 통계는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전체 5천2백건 중 5.9%만 타인이 신고한 것이다. 여전히 남 집일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웃의 침묵이 노인의 흐느낌을 덮고 있다.(다음호로 이어짐)
* 전인자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고, 홍익관광을 경영하고 있다. 홍익관광은 장애인 휠체어 버스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