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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믿을 건 직원입니다

실제 코로나19 코호트 격리 시설장의 조언


아름다운인생 이정하 원장

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라는 악재가 터졌다. 시설은 코호트 격리됐고, 몇몇 어르신들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이별해야 했다. 우리는 전 직원이 합심해 추가 확산 피해를 막고 어르신들을 지켜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맞닥뜨려 혼돈스럽고, 공포스러웠던 극복상황을 동료 시설들에게 참고가 되도록 정리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시설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시설 내 클린존과 오염(감염)지역을 철저하게 분리해야 한다. 확진자는 시설 내 별도 공간으로 신속하게 이동 시키고, 나머지 구역은 최대한 클린존으로 만들어 비확진자가 추가확진 되는 것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 확진자 병원이송은 즉각 진행되지 않았다. 병실수와 이동수단 부족으로 평균 2~3일씩 소요됐다. 그 기간 동안 철저하게 확진자를 격리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절대 층간이동은 금지해야 하며 감염지역과 클린구역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다르게 배치했다. 

#보호자 관계
확진자가 나왔을 경우 즉시 보호자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먼저 보호자를 안심시키고 현 상황에 대한 이해를 시켜드려야 했다. 확진 시 이송병원, 미확진의 경우 어르신 상태를 지속적으로 알려드리면서 협조를 구했다.

#직원 관리
일단 시설에서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해당 보건소에서 담당 역학조사관이 코로나19 검사결과 및 직원 동선 파악과 면담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직원 각각에 대하여 확진자, 코호트격리대상자, 자가격리대상자, 능동감시자로 분류하게 된다. 시설이 코호트 격리되면, 그 당시 근무자는 코호트격리 대상자가 되는데 그렇다고 절대로 외부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귀가를 원할 경우 안전한 이동수단을 이용해 자택에서 자가격리로 전환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비번인 직원은 출근하지 않고 자가격리대상자로 분류되어 2주간 자택에서 격리하게 된다. 능동감시대상자의 경우는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이 없고 무증상인 경우에 해당되는 데 이 경우 격리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시설이 코호트 격리가 되어도 능동감시대상 직원은 출퇴근 근무도 가능하며 이 경우에는 절대 방역지침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코호트 격리 중 인원부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때 지자체나 질병관리청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직원들도 확진 또는 비확진 어르신들을 케어하다가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근무를 기피할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고충상담을 수시로 실시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무리하게 근무시켜서는 안 되며, 최대한 직원의 의사에 맞게 근무편성하고 고충이 있는 직원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했다.

#확진자 사망의 경우
입소 어르신이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할 경우, 장례는 관할 시군구 주관으로 신속하게 실시한다. 사망의 경우 유족에게는 1천만 원의 위로금이 지급됐다. 확진자 병원이송과 병원치료비용 등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국가가 부담했다. 단 방역지침 위반이나 허위 등의 경우에는 구상권이 발생할 여지가 있으니 철저하게 주의하고 관리해야 한다. 

#식사관리
시설이 코호트 격리가 되면 식당 운영이 중단된다. 그래서 외부 식사배달 업체를 선정해서 매일 식사 때마다 음식을 배달 받아 일회용 식사용기를 이용해 배식했다. 시설 내 식사전달도 문제다. 시설 내 유일한 층간 이동수단인 엘리베이터는 절대 클린존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엘리베이터 이용 시 마다 소독약을 묻힌 마른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고 새롭게 환기시켜야 한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아무도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철저하게 통제했다. 시설 내 추가 감염을 막는 차원이었다.

#방역활동
방역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플루건을 이용해서 소독약을 살포만 하는 방법이 아니라 소독약품을 마른 수건에 묻혀 구석구석 닦고 이를 바로 폐기하는 방법이다. 수시로 시설을 환기시켜야 하고, 확진자가 사용한 물품 즉 침대커버 베게커버 등은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사자와 입소자 전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감염지역 출입 직원은 철저하게 방역복을 입고 이동해야 하고 서비스 후 사용 방역복은 바로 의료폐기물 전용 봉투에 폐기했다. 방역복을 입고 벗는 방법과 폐기방법을 철저하게 학습시켜야 한다.

#총 책임자로서의 단상
시설폐쇄명령이 떨어지고 매일 보호자 및 직원 가족들로부터 수백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시설 앞에 기자들이 진을 쳤고, 보호자 및 시설 내 이동 제한된 직원 가족으로부터 각종 불평전화, 감염자 보호자 분들은 “우리 부모님 언제 병원에 가느냐, 왜 아직 못 갔느냐” 등 혼돈의 연속이였다. 근무자들도 ‘나도 감염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위기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 내 책임자들로 구성된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야하고, 이후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와 직원 협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말 믿을 것은 직원들 밖에 없다. 방역복을 하루 종일 입고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수백 통의 전화와 온갖 컴플레인을 응대하는 사회복지사, 담당 보건소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어르신 이송시키고 방역 담당해야 하는 사무국장 등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줘 감당할 수 있었다. 평소 직원에 대한 믿음, 한 팀이라는 의식과 의사소통이 절박함을 극복한 기나긴 여정이었다. 직원들의 일치된 노력으로 코로나19라는 큰 위기를 극복하게 됐으며, 직원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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