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한 어르신들의 과도한 약물 복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지역 22개 장기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올해 4월부터 다제약물 관리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제약물 관리서비스는 하루 10종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입소자를 대상으로 약사가 직접 시설을 방문해 약물 복용 내역을 점검하고, 필요 시 계약의사가 처방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약물 점검뿐 아니라 약사에 의한 약물 보관 교육까지 포함된 포괄적 서비스로, 실제 효과적인 약물 사용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장기요양시설 수급자의 약물 복용 실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시설 수급자는 하루 평균 7.22개 성분(의약품 수 11.47개)을 복용하고 있으며, 이는 재가 수급자(5.33개 성분, 7.93개 약물)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특히 중추신경계용 약물을 연간 28일 이상 복용하는 장기복용 비율은 시설 수급자가 76.7%로, 재가 수급자(56.6%)보다 20.1%포인트나 높다.
전문가들은 시설 입소 어르신들의 신체 기능 저하와 활동량 부족이 약물 부작용의 위험을 더욱 키운다고 지적한다.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장선미 교수는 “장기요양시설 거주 노인은 약물 상호작용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이라며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박향정 건강지원사업실장은 “노인의 약물관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며, “앞으로도 전문가 및 현장과 협력하여 장기요양시설의 약물관리 수준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단은 이번 상반기 22개 시설에 이어 하반기에도 참여 기관을 추가 모집할 예정이며, 약사 대상 교육 및 환자 등록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