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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동반입소 가능하려면

반려동물 동반 요양시설의 요건과 가능성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요양시설의 풍경(이미지=챗지피티)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노인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일본에서는 반려견이 노인 사망률까지 낮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에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노인 요양 시설이 흔하다.

2012년 일본 카나가와현에 문을 연 ‘사쿠라노 사토 야마시나(sakura village yamasina)’에는 반려견과 반려묘 20여 마리가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시설의 탄생 배경이 있다. 요양원 입소를 앞둔 한 노인이 키우던 반려견을 맡길 데가 없어 보건소에 보낸 뒤 침울해하다 입소 반 년 만에 사망하자, 반려동물과 이별한 절망감이 건강을 해쳤다고 판단한 간병 전문가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요양원을 설립한 것이다. 실제 치매로 입소한 노인이 개와 함께 생활하면서 증상이 개선된 사례도 있다. 이 요양원은 입소 대기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독일에도 키우던 개를 데리고 입소할 수 있는 요양원이 있다. 개가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사회성과 친밀성 테스트만 통과하면 된다. 이렇게 입소한 개들은 다른 입소자들과도 함께 어울리며 유대감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경기도 시범사업과 국내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인천 부평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벨라지오재활요양원’이 오픈했다. 실버타운 중에는 2023년 12월에 문을 연 종로의 ‘KB평창카운티’가 최초다. 이곳은 10㎏ 이하 반려동물 한 마리의 동반 입주를 허락한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반려동물 동반 요양 시설에 대한 요구는 커지는 분위기다.

경기도는 최근 반려동물 동반 요양 시설 두 곳을 선정해, 반려동물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전문 관리 인력을 운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으로 5,000만 원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올해 오픈 예정인 몇몇 실버타운도 반려동물 동반 입주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입소는 어려운데…남겨진 반려동물은?
그러나 아직 국내 대부분의 요양시설에서는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소가 어렵다. 이로 인해 입소 전까지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을 어쩔 수 없이 다른 데 맡기거나 유기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노인이 입소 후 우울증에 걸리거나, 삶의 의욕을 잃고 단기간에 건강이 악화되는 사례도 있다.

반려동물은 노인들에게 단순한 동물 이상의 존재다.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감정적인 안정을 주며, 외로움을 덜어주는 삶의 동반자다. 하지만 현행 제도와 시설 여건상, 이별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제도적, 인력 구조의 한계도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소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력 배치 기준이다. 현행 장기요양시설 운영 기준에는 요양보호사, 간호인력, 사회복지사 등 필수 인력을 입소자 수에 따라 정해 놓고 있다. 그런데 반려동물을 동반하게 되면 이들을 돌보는 인력이 필요해지는데, 이를 요양보호사가 담당할 경우 기존의 인력 배치 기준을 위반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요양보호사 외에 별도의 동물관리 전문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며, 이 인건비와 공간 확보에 따른 부담이 시설에 가중되는 것이다.

경기도, 시범사업으로 첫발…하지만 제도화는 과제
경기도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가 가능한 요양원을 대상으로 전문 인력을 추가 배치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는 기존 인력배치기준에 저촉되지 않도록 설계된 조치로, 향후 제도 정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요양원의 필요
전문가들은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소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1인실 중심의 반려동물 전용 노인요양시설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시설은 입소자의 개인 공간을 보장하고,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나 소음 등으로부터 다른 입소자를 보호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동물관리는 전문 인력이 맡고 요양보호사가 전담하지 않도록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이는 인력배치 기준을 준수하고 요양서비스의 질 저하를 막는 데도 필수적이다.

변화하는 고령사회, 새로운 형태의 요양시설이 필요하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지금, 노인복지는 더 이상 단순한 돌봄을 넘어 삶의 질과 존엄성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반려동물은 노년기 삶의 정서적 중심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된 요구에 맞춘 요양시설의 등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요양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정비, 인력 기준 조정, 시설 기준 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우리 사회가 만들어 가야 할 미래 노인복지의 중요한 방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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