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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립노인전문요양원 서정희 원장 |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 팬더믹은 2019년 12월부터 지금까지 2년 4개월째로 접어든다. 코로나종식을 기원하면서 “오미크론”에 대한 감염과 집단발생의 뉴스가 한창이어도 우리 시설만은 피해가기를 아무 일 없기를 내심 바라고 바랐지만 코로나는 마지막 인사를 거창하게 해 주었다.
처음엔 직원 한 사람이, 어르신 한 명이 일주일간 조용하게 확진되면서 순조로울지 알았는데 7일 이후부터는 불꽃이 일어나는 것처럼 무더기로 쏟아져 내렸다. 나름대로 확진자와 밀접촉자를 분리하고, 소독과 방역복 준비 등 철저하게 준수했지만 “오미크론”은 여지없이 어르신들과 직원들을 흔들면서 보호자들까지도 소리 없는 불안과 극도의 심리적 감염까지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확진된 어르신들의 병원이송을 위해 보건소에 전화하면 기본 바이탈과 산소포화도를 물었다. 혈압은 140/120, 맥박은 64, 체온은 37.4, 산소포화도는 90(산소주입 중), 의식은 처져있음으로 알려주면 아직 중증은 아니라고 했다. 왜냐하면 산소포화도와 체온 때문이다.
보통 정상은 산소포화도가 95에서 100인데 산소주입으로 90을 유지하고, 체온도 고열이 아닌 미열이라고 했다. 그래서 산소포화도가 산소주입 후 90이 내려가 85가 되면 다시 전화하라고 했다. 이때부터 어르신들의 시간대별 바이탈과 산소포화도, 의식상태, 식사상태 등을 꼼꼼하게 기록했고, 변화된 수치에 예의주시하면서 빠른 병원 이송을 위한 치열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어르신들의 이러한 계측은 확진자에겐 의미가 없었다. 즉 고령의 연세들이었기에 무조건 병원치료가 일순위이나 전국적으로 병상이 부족함이 문제였다. 입원 가능한 병원확보도 중요한 일이었으나 그보다 더 지치게 하고 힘들었던 것은 보호자들의 공격적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로 확인하는 전화업무였다.
보호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기도 했지만 오미크론의 책임을 물면서 그들의 부정적 감정이 묻어나는 언어적 표현에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로 그들을 안심시킬 수 없는 것이 더욱 큰 난관이었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상태를 보호자들께 알릴 때 어르신 정보를 수치로 변경해 통보해드렸다. 통상 “보통처럼 식사를 잘 한다. 조금만 드셨다. 기력이 조금 떨어졌다. 열이 약간 있다가 지금은 정상으로 유지되었다. 컨디션은 좋은 것 같다”라고 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던 것을 시간대별로 기록한 바이탈, 산소포화도, 식사량, 의식상태 등을 “숫자”로서 알려주고, 보건소의 이송조건과 재택치료 상황 등을 알려주었다.
그 결과 의외로 보호자들이 체온이 좀 더 올라가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바로 알려달라고 하면서 차분해졌다. 또, 전화가 오면 어떠하냐고 물어 보면서 어르신 상태 계측을 확인하면서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와 우리의 대응 태도에 불안감이 다소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정확한 신체상태의 계측과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간호 인력의 한계가 있었고, 요양보호사들의 도움과 역할이 필요했다. 요양보호사들의 확진으로 업무공백과 기본적 계측에 대한 서투름, 숫자 기입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었다.
어르신들의 건강관리라는 큰 명제도 있지만 보호자들로부터 신뢰와 불신이라는 시험대를 치르고 있고, 긴박한 상황에서 오미크론의 공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순간들이기도 했다. 모든 게 끝이 있는 법, 드디어 어르신 3명만을 남겨두고 코호트는 해제되었다.
가장 아쉽고, 마음이 무거운 것은 병상 부족으로 입원치료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폐렴과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일이었다. 살아생전에 함께 했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기도 했지만 이 일로 보호자 항의와 민원이 또 다른 힘겨움이었다.
다행히도 보호자들이 이해를 통한 받아들여줌으로 민원은 생기지 않았지만 이 “오미크론”의 사태는 몇 가지를 깨우치게 했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4차 산업혁명과 요양원 운영 즉 경영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순간임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빅 데이터라는 단어가 나온 지 벌써 수년이 되어가고 있고, 대기업과 인터넷상의 패션몰인 무신사와 지그재그는 고객들의 욕구와 성향들의 데이터를 수치화하는 전략으로 막강한 인터넷에 기반을 둔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
예상보다 보호자들의 민원이 작았던 이유를 분석해보면 수치화를 통한 어르신 상태알림이라고 본다. 물론 이 수치화에 대한 정확성과 빠른 조치로 연결되어지지 못한다면 또 다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보호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의 의구심과 정확한 상태파악으로 본인들의 선택의 기회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의 업무 또한 명확한 척도와 기준이라는 잣대를 통해 진행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이것이 “수치화”라는 경영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수치화가 없으면 내가 어느 지점에 있고, 어떤 결과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만족도(직무만족, 고객만족), 개선방향을 위한 업무평가, 자신 평가라는 수치를 사용하고 있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숫자에 살고 죽어갈 지 모른다. 오래 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처럼 내 나이가 몇 살이고, 몸무게가 얼마이고, 재산은 얼마이고, 가족 수는 몇 명이고, 건강검진을 통한 숫자로서 상태를 확인하는 등등 우리는 일상에서 순번을 정하고, 일련번호를 통해 분류하면 정리가 되는 부분이다.
아무리 어르신들의 서비스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장기요양기관의 평가점수에서 나쁘면 좋지 않다는 선입견을 주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금의 컴퓨터도 0과 1에서 시작하여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간의 삶에서 뺄 수 없는 도구가 됐다.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이 모든 것을 수치화로만 계산해간다면 인간의 삶은 통제되고, 제압되며 또 다른 족쇄가 되어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통제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고,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가상의 미래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자료로 사용되어 문명의 편안함과 안전함, 불확실함에서 “자유로운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와 이율배반적인 모순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이 더 발전할수록 연결망은 더욱 좁아지고, 모아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사람들은 “수치화”를 통한 “정보”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의 범람된 정보의 홍수와 진위여부를 “수치화”로 된 정보로서 불투명한 미래와 소리 없는 전쟁인 “코로나”라는 감염병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에게는 확실한 분석과 또 다른 선택을 위한 “빅 데이터”의 필요성과 중요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대상과 공간은 사람이고 시설이다. 가치와 존중이라는 “휴머니즘”을 전제로 하면서 인간성이 발현되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야 하는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치화”라는 경영의 도구를 어떻게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실버기관이 될 것인가라는 경영의 전환점에 서 있음을 아는 시설장들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사람에 대한 가치와 생산성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눈앞에 다가왔고, 바이오산업도 급속한 발전을 할 것이고, 앞으로의 노년은 지금의 노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어르신들과 직원들의 “인권”이라는 가치와 방향성에서 직원, 어르신, 보호자등 모든 이들은 신뢰와 보호라는 안전하고 인간다움의 살아 숨 쉬는 환경을 원하고 있다. 즉,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아우를 수 있는 요양원의 환경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구축을 위해서 일차적으로 시설장은 “빅 데이터”의 업무환경구축으로 “수치화”라는 업무의 재편성과 확립을 위한 업무변화와 이에 따른 교육과 새로운 시스템도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위한 아이디어를 통해 시설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착수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함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