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대해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저혈당 환자가 경련 증상을 보였는데도 119 신고 등 조처를 하지 않은 요양원장 A씨와 요양보호사 2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어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이 확정됐다.
70대 노인 A씨는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2016년 12월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들어갔다. 치매나 노인성 질환을 앓는 17명의 입소자를 보호사 2명이 돌보고 있는 시설이었다. 근처에 사는 아들은 “당뇨 환자인데 저혈당 쇼크로 입원한 적도 있다”면서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사고가 벌어진 것은 2017년 4월 15일 새벽. 그 무렵 자주 저혈당 증세를 보인 A씨가 갑작스레 팔과 몸을 늘어뜨렸다. 요양보호사는 믹스커피만을 조금 먹인 뒤 그를 방치했다. 혈당 수치도 확인하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상태가 악화됐다.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났고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 흰자가 보였다. 요양보호사는 석션으로 가래를 제거하고 몸을 주물렀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온 아들은 A씨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119에 신고했다. 구급차에서 잰 A씨의 혈당 수치는 40mg/dL에 불과했다. 병원에 도착해 응급조치를 했지만 이미 저혈당성 혼수로 인해 영구적인 뇌 손상 판정을 받았다. 결국 중환자실에 입원한 A씨는 50일 후 폐렴에 의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사망했다.
1심은 이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전문 의료인이 아닌 요양보호사로서는 노인이 저혈당 증세를 보일 경우 믹스커피로 일시 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경험에 기초해 커피를 마시게 했고, 그것을 노인이 삼키는 반응을 보이니 심각한 의식저하나 저혈당쇼크가 발생했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원장 A씨가 입소자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를 배치하고 밤에도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 중 1명 이상을 배치하게 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위반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곧장 업무상 과실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러나 2심은 원장 A씨와 요양보호사들의 주의의무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요양보호사들의 표준교재나 매뉴얼에 저혈당 등으로 경련 증상이 5분 이상 지속될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시설 책임자에게 보고하게 돼 있는데, 당시 요양보호사들은 경련 발생 30분이 지나 노인의 보호자가 도착했을 때까지 몸을 주무르고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의의무 위반으로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못했으며 이는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원장 A씨와 요양보호사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한편 이 판결로 인해 요양원의 주의의무 수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힐 전망이다. 요양보호사에게 의료인에 가까운 주의의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