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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오 칼럼] 수분이 부족하지 않는 나라

사회적기업 (주)복지유니온 장성오 대표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태평양의 섬나라는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큰 문제는 노년층의 ‘수분 부족’ 문제입니다. 특히 연하곤란(삼킴장애)을 겪는 어르신들은 수분 섭취가 어려워 탈수나 건강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도 연결됩니다.

삼킴장애는 나이가 들거나 질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흔한 문제입니다. 삼킴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 치료나 운동 요법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인식과 정보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삼킴 장애를 겪는 많은 어르신들이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 질식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설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노인학대나 업무상 과실치사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다뤄집니다.

일본의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르미'라는 점도증진제를 제도화했습니다. 점도증진제는 삼킴장애를 겪는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이 물이나 음식을 보다 쉽게 삼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질입니다. 일본에서는 점도증진제를 활용한 관련 산업이 크게 발전했으며, 노인과 장애인에게 널리 권장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삼킴장애를 겪는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점도증진제조차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는 형편입니다.

수분 섭취가 어렵고, 삼킴장애로 인한 흡인성 폐렴과 기도질식 문제는 어르신과 가족에게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점도증진제를 국산화하여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고, 이를 통해 흡인성 폐렴과 기도 질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구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품 개발과 이를 보편화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설장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어르신들에게 물이나 음식을 제공할 때, 삼킴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파악하고, 맞춤형 대처법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점도증진제 사용법을 비롯해 다양한 삼킴장애 대응 방법을 시설 내에서 교육하고 실천해야만 합니다. 이는 어르신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정책당국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정부는 삼킴장애 어르신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제품의 보급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일본처럼 점도증진제를 제도적으로 권장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 더 많은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수분을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분 부족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물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발생하는 건강 문제는 의료비 증가와 가족의 부담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로 불리지 않더라도, 어르신들이 수분 부족으로 고통받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삼킴 장애로 인해 고통받는 어르신들을 위해 점도증진제의 보급을 확대하고, 국산화를 통해 관련 비용을 줄이며,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인식 개선과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수분이 부족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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