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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장기요양 싹쓸이하나

보험사 재가서비스 공식 진출, 노인요양시설은 다음 수순


발행인 김호중


최근 보험사들이 장기요양 서비스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는 ‘2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보험업계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보험사들이 장기요양 서비스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보험업법의 부수업무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보험사들이 요양 서비스 산업에 직접 뛰어들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보험사들이 주야간 보호와 방문 요양을 결합한 통합재가 서비스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까지 전국 통합재가기관을 100개로 확충하고, 2027년까지 그 수를 14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보험사들이 자사의 자본력을 활용해 통합재가 서비스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특히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은 요양사업 진출을 검토 중임을 공식화하며, 보험업계의 장기요양 산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장기요양 서비스 진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일본과 영국의 사례는 대규모 자본이 요양 시장에 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잘 보여줍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험 그룹 SOMPO는 2015년 시장 점유율 2위의 ㈜메시지와 6위의 ㈜와타미를 인수하여 요양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현재 SOMPO Care는 연 매출 1500억 엔, 객실수 2만8500개로 일본 내 요양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화 과정에서 과도한 시장 경쟁과 서비스의 상업화가 불가피하게 동반되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사회복지 분야의 민영화를 본격화했습니다. 그 결과, 대형 자본을 가진 주식회사나 사모펀드가 체인점 형태로 전국적으로 요양 시설을 운영하는 사례가 급증했습니다. 

이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비스의 질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노인들의 복지와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의 최대 요양 시설업체인 서던 크로스 헬스케어(Southern Cross Healthcare)가 있습니다. 

이 업체는 2011년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인해 운영하던 노인 요양원 '오키드 뷰'(Orchid View)를 폐쇄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노인들이 갑작스러운 이주를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대형 민간노인요양업체 콤슨(COMSN)의 부정 청구 사건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콤슨은 2006년 개호급여 비용을 부정 청구한 혐의로 도쿄도의 조사를 받았으며, 결국 2008년 강제 폐쇄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일본 개호서비스 시장의 과잉경쟁이 초래한 결과로, 무리한 실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부정 청구를 지시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콤슨의 폐쇄로 인해 서비스 제공이 중단된 노인들이 다수 발생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대체 시설을 찾지 못해 심각한 '개호난민'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이처럼 대형 보험사들이 장기요양 서비스 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의 과도한 경쟁과 상업화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결국 요양 서비스의 주된 이용자인 노인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보험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요양원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도 강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보험사들은 자사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규제 완화에 힘쓰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장기요양 서비스의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장기요양 서비스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의 복지와 생명을 책임지는 중요한 공공서비스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자본 논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관련 단체는 보험사의 진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철저히 감시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와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현장의 종사자들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자생력을 키우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보험사의 장기요양 서비스 진출은 한편으로는 자본력에 기반한 서비스 확충과 더불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영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자본에 의한 무분별한 시장 진출은 오히려 공공성을 해치고, 최종적으로는 노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 요소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보험사들의 행보를 면밀히 주시하고, 이들이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책임감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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