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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에서 종사자가 어르신에게 약물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챗지피티 |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학대사례판정과 이에 근거한 기계적 행정처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요양병원에는 없는 행정처분으로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서 입소자에게 적절한 약을 먹이지 못한 요양원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지자체의 행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News1 보도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는 A 요양원이 순천시를 상대로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순천시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는 순천시가 지난해 4월 A 요양원에 내린 45일 업무정지 처분이 위법하여 취소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건의 발단은 노인보호기관이 해당 요양원이 입소자 B 씨에 대한 약 복용 등을 소홀히 했다는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노인학대사례판정위원회는 'B 씨에 대한 정상적인 약 복용이 확인되지 않고 투약기록지의 변조도 의심된다'는 이유로 요양원의 방임 학대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순천시는 해당 요양원에 45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요양원 측은 B 씨의 보호자가 병원 처방을 위한 동의서를 작성해 주지 않아 약 처방을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B 씨는 14일 분량의 약을 받아 요양원에 입소했는데, 투약기록지에는 처방된 약보다 더 많은 약이 투약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며 "처방약을 모두 투약한 이후에는 더 이상 약이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근무일지 등을 살펴보면 보호사는 약이 떨어지자 보호자와 통화를 했다. B 씨가 약을 처방받지 못해 당뇨병과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못한 것은 보호자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판시했다.
순천시는 1심 법원의 패소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법원도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2심 법원은 "순천시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요양원 종사자 등이 B 씨에게 약 복용을 소홀히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순천시의 업무정지 처분은 사유가 없어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을 통해 보호자와의 소통과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 민원을 예방하고 어르신을 위한 서비스 질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