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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인요양시설 임차제도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노인복지협회 한철수 회장

서울시노인복지협회 한철수 회장

보건복지부는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서 도심 등 일부 지역에 임차 요양원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안정적인 시설 운영을 위해 사업자가 땅·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노인요양시설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제를 풀어 부동산을 임차만 해도 시설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토지나 시설을 빌려서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임차 요양원’ 허용을 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사회복지학회, 한국노인복지학회 등 19개 보건·복지학회는 성명서를 내어 “노인요양시설 임차 허용은 노인의 주거권을 침해하고 시설 난립, 폐업 위험을 늘릴 것”이라며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4개 장기요양기관협회도 모두 반대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임차제도의 도입과 장기요양시장 금융화 쟁점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국회정책토론회(23.8.28)에서도 임차 요양원 도입에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

임차요양원 설립을 허용하게 된다면 노인요양시설 공급자는 전세 등 임차 형태로 쉽게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되기도 하지만 시설 운영자나 업체의 재정 등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 손쉽게 노인요양시설 폐업도 가능해져 거주하던 노인들이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협회나 학회들은 지난 2012년 영국에서는 요양시설 750곳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 ‘서던 크로스’가 파산하면서 노인 3만여 명이 갑자기 시설에서 퇴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고 지적하며 “노인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한 미국, 영국에서 이미 경험했던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은 더 적은 자본으로 노인요양시설을 쉽게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 자본의 유입, 시설의 난립, 폐업 이후 개설 등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이미 벤처캐피털과 같은 사모펀드와 자본이 진입해서 시장의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기성 금융자본의 시장 진입을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즉, 대규모 금융자본의 시장진입을 더욱 용이하게 해서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정책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주거불안정성이 심화하여 치매나 질병으로 편찮은 노인들이 요양원에서 갑자기 쫓겨날 수 있고,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인해 노인의 방임·학대는 물론 조기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요양시설이 난립하면서 기존 요양원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기관의 재정 상태가 어려워지고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제공인력의 일자리 불안정성도 더욱 악화될 것이다.

복지 마인드를 가지고 노인을 진정으로 돌보는 사람들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노인을 수단화하는 사람들이 더욱 증가하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길을 터주는 꼴이 될 것이다.

기존에 매입을 통해 요양원을 운영하는 시설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요양원을 운영하는 개인과 법인 등은 매입을 위해서 개인 자산이나 법인 자산을 투입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 등을 통해 어렵게 시설을 설립 및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손보업계의 입장을 받아들여서 임차를 허용하면 신규로 진입하는 손보업계와 신규 진입하는 기관들은 훨씬 더 적은 자본금으로 시설을 쉽게 설치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손보업계는 기존의 개인과 법인 사업자보다 훨씬 대규모의 자본을 가지고 운영하는 금융기관인데, 왜 이들에게 유독 더 적은 자본으로 요양원을 운영하도록 허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비영리법인들이 운영하는 시설들은 모두 4인실이 기본인데 민간자본이 설립하는 임차요양원들은 비급여를 받기 위해서 대부분 1인실로 운영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입소자들이 기존 비영리시설들보다는 1인실을 선호하게 되어 비영리시설들의 존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장기요양보험제도 전부터 공공성을 띤 비영리시설들은 법적으로 요양원매매가 불가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영리시설들이 운영이 어렵게 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오히려 비영리법인들이 운영하는 요양원을 더욱 잘 운영할 수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장기요양도입 초기에 요양원을 설립할 때 임차를 허용했었다. 그러나 임차허용을 시행된 지 2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시장진입과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 질의 하락이 문제되어 2010년 3월 1일부로 법을 개정해서 임대허용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다시 임차요양원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또 다시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왜? 임차요양원 설립을 도입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와 같이 선진국도 실패한 임차를 허용, 장기요양제도 초기에 실패한 정책을 절대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노인요양시설 임차허용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종합적인 장기요양 공공성 증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나아가 노인의 지역사회 거주가 가능하도록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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