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화정동에 아들 내외와 거주하는 김순자(87·가명) 어르신은 아들 내외가 이번 추석동안 해외여행을 간다는 사실을 당일에서야 알았다. 이 어르신은 자신이 함께 사는 것이 민폐라는 생각에 배웅조차 못했다고 하는데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요양기관은 '정서적 학대'로 규정했다.
지난해 울산 노인 재학대 신고 비율이 그해 신고된 총 학대 사례 대비 23%에 달했다. 대부분 가정문제라며 쉬쉬하는 분위기에 실제 학대율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회적 울타리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달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전체 신고 건 506건 중 학대사례로 규정된 신고는 총 162건으로, 그 중 38건(23.5%)이 재학대 신고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 재학대 신고비율 중 경기도노인보호전문기관(27%)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집계율이다. 울산에서는 노인학대 보호기관으로 울산시노인보호전문기관이 도맡고 있다.
학대 사례 중 구·군별로는 남구가 49건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구 38건, 동구 29건, 북구 24건, 울주군 22건 순이었다.
비율로는 남성이 28명(17.3%), 여성이 134명(82.7%)으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162건 중 무려 147건(90.7%)이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사회적 관심이 중요해지고 있다. 학대를 신고한 노인 중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이 무려 40명(24.7%)으로, 자녀와 손자녀 함께 동거, 손자녀와 동거 중 학대 신고 접수된 노인도 총 6명에 달했다.
학대 유형(중복)에는 정서적 학대가 110건으로 가장 높았다. 신체적 학대 105건, 경제적 학대 9건, 성적 학대 1건 등도 보였다.
울산시 관계자는 "예전에는 때려야만 학대였다면 요즘은 정서적 학대와 방임도 학대로 규정된다"며 "노인학대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형법상 처벌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쉬쉬하는 탓에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있다. 어렵겠지만 용기를 내 신고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노인복지법 제39조의6(노인학대 신고의무와 절차 등)에 따라 누구든지 노인학대를 알게된 때에는 노인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