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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만성적인 노인학대 '뒷짐'

정부가 노인복지시설 학대 피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 전문기관의 학대 판정을 받고도 버젓이 행정처분을 피해가면서다. 되레 정부는 이들을 우수시설로 둔갑시켜 수십억원대 가산금까지 퍼줬다. 

11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전문보호기관으로부터 학대 판정을 받은 노인복지시설은 모두 281곳이다.

최근 5년새 55.2%(100곳)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8년 181곳 ▲2019년 244곳 ▲2020년 280곳▲2021년 251곳 등이다.

하지만, 이 중 행정처분을 받은 곳은 20% 정도다. 노인학대 발생시설 전체 1천237곳 중 248곳에게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그마저 대부분 최소 처분인 개선명령에 집중됐다. 248곳 가운데 167곳(67.3%)이 개선명령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는 업무정지 64곳, 시설장 교체 9곳, 지정취소 7곳이다. 최고 처분인 시설폐쇄는 1곳에 불과했다. 

특히, 노인학대 판정을 받은 시설 일부는 정부 가산금까지 챙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우수시설로 평가받아 부담금 일부를 지원받았다. 이 기간 공단은 노인학대 시설 70곳에 평가가산금 23억3천200만원을 지급했다. 시설 1곳 당 3천331여만원꼴이다. 이들 70곳 모두 공단의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이 평가는 3년마다 이뤄지며, A~E 등급 중 A급 시설에게 평가가산금이 주어진다.

정부가 노인학대 발생시설에 지원금을 퍼준 셈이다. 당초 관계부처 행정규칙 부실에 따른 결과다.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기관평가 등에 관한 고시'를 보면, 가산금 지급 제외대상 기준은 학대 판정이 아닌 행정처분으로 돼 있다. 학대 판정을 받아도 지자체 행정처분만 피하면 가산금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18년 10월 전북에선 한 시설 직원이 피해노인을 발로 툭툭 치고 밟거나 침대로 데려가 주먹질로 위협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돼 신체·정서적 학대 판정을 받았다. 이듬해 3월에도 이 시설의 다른 직원이 피해노인을 알몸 상태로 벽에 밀착시켜 기저귀를 갈아 채우고, 휠체어에 태운 채 오른쪽 귀를 잡아당긴 사실이 들통났다. 그러나, 해당 시설은 공단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가산금 1천500만원을 받았다.

정부가 노인학대 만연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혜영 의원은 "어르신을 학대한 시설에 정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장기요양기관평가 가산금 지급기준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재정비하고, 노인학대 판정 기관 재조사에 착수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개선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관계부처는 뒤늦게 제도정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관계법령과 행정규칙의 적용 원칙을 보다 명확히 하는 한편, 노인학대 대응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고 노인 학대 사건의 신속한 조사 이행력을 확보하는 등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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