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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사의 앵무 버즈가 전하는 “안넝하세여”

앵무새를 통한 노인과 반려의 의미
 
하안노인종합복지관 실버기자 김일순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는 부쩍 애완동물 키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마당에서 개밥을 먹고 도둑을 지키던 강아지는 CCTV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인제는 안방으로 들어와서 자식 노릇까지 하고 있다. 없던 족보까지 만들어 개 아빠 개 엄마라고 서슴없이 부르는 세태가 되었다. 그것도 한동안은 역겹게 들릴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애완동물을 이해하고 그것을 존중해 주고 받아들이는 추세다. 

박 여사는 자식들이 다 출가하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훌쩍 그의 곁을 떠나고 나니 우울증에 몹시 힘들어했다. 박 여사는 처음에는 강아지를 키울까 물고기를 키울까 망설이다가 대화 상대가 필요해서 앵무새를 선택했다. 이 앵무새는 벌써 두 번째 분양받았다. 첫 번째 앵무새는 9개월 정도 열심히 정 들여 키웠는데 그만 죽었다. 원인은 하루 동안 급한 사정이 생겨서 집을 비우고 모이를 못 주었더니 그 하루를 못 견디고 죽었다고 한다. 이후 박 여사는 한동안 허전해서 다시 우울증이 올 것 같았다고 했다. 

지금 키우는 앵무새 버즈는 남양주 어느 전문 농가에서 아예 새끼 때부터 분양을 약속하고 젖이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데리고 왔다. 정말 앵무새가 젖을 먹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어느 정도 성장 기간을 가리켜서 젖을 뗀다고 하는 것 같다. 무척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하여 키우는 버즈, 이 버즈와 정 들이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고 박 여사는 애로를 말하지만 무척 행복해 보인다. 처음에는 손에 올려놓으면 자꾸 손을 심하게 쪼아서 버즈는 야단을 많이 맞았다. 

한 번은 버즈가 사고를 쳤다. 박 여사가 싱크대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버즈가 어느새 치마 밑으로 들어가서 미쳐 발견을 못하고 밟았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히 날개만 좀 다치고 죽지는 않았다. 새에 관한 병원은 서울대 병원밖에 없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진료받고 엑스레이 찍고 약 받고 그렇게 든 비용이 230,000원이 들었다. 날갯죽지에 금이 약간 갔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해서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보험이 없는 애완동물들의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서 병원 가기가 무섭다는 말도 있다. 6개월을 키웠는데 버즈가 말을 한다며 기뻐하는 모습은 애완동물이 얼마만큼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안넝하세여" 버즈의 인사법이다.

박여사는 안녕하세요라고 가르쳤 건만 아직도 공명섞인 소리로 '안넝하세여'라고 한다. 그것조차도 신기하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필자가 방문한 날 버즈가 인사 했다. "안넝하세여~ "

앵무새를 애완용으로 키우려면 미리 앵무새의 기질을 먼저 잘 알고 관리해야 한다. 어느 정도 상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실패 요인을 예방할 수 있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때로는 미용 차원에서 날개 끝을 상처 없이 관리해야 탈출을 막을 수 있다. 

유리창과 충돌해 뇌진탕도 일어난다고 하니 참 까다로운 앵무새이다. 박여사의 하루 일과는 “엄마 다녀올게, 집 잘 봐 버즈야”로 시작한다. 박여사는 혼자 사는 독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집에서 기다려 주는 식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1인 가구 시대에 우리는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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