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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김호중 |
지난 3월, 어느 요양원은 어르신 낙상사고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노인학대사례 판정을 받고, 다시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독립보행이 어려운 어르신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오는 상황을 요양보호사가 보고도 그냥 지나친 것이 화근이었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의 낙상 위험성을 알아차렸지만 설마 했고, 어르신은 낙상 후 3시간 이상 방치됐다. 노인의 낙상은 주로 골절을 동반하고 이는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당시 요양보호사가 자각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발견 즉시 어르신이 침대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왔을 텐데, 요양보호사는 인권옹호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우리는 ‘인권감수성’이란 말을 자주 접하지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외부의 자극이나 인상에 대해 끊임없이 수용하고 감상하는 성질이나 능력을 감수성이라 말한다. 그래서 감수성이 있는 사람은 타인과 환경에 대한 자각 능력이 있는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의 요양보호사에게 인권감수성이 있었다면 인권적 관점에서 상황을 인식하고, 결과를 예측하여, 책임 있는 행동을 했을 것이므로 낙상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상황을 인식하였으나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서는 요양보호사의 부작위(방임)가 입증(신고, 확인)되었고, 그 결과 인사위원회가 개최되어 해고를 결정했다.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개인의 인권감수성에 대한 처벌은 바로 시설로까지 이어졌다. 이 사건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되어 인권감수성에 대한 요양 시설의 연대책임을 물어 업무정지처분까지 내려진 상태다. 만약 어르신이 사망했다면 형사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현행법은 인권옹호적 행위를 의무화하고 있고, 인권침해를 금지행위로 명문화하고 있다. 복지와 인권을 불가분의 관계로 규정한 것이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조의2에서는 “사회복지를 제공하는 자는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5조에서는 “복지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그 업무를 수행할 때에(중략)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 없이 최대로 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인복지법 제1조의2에서는 “노인학대라 함은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ㆍ정신적ㆍ정서적ㆍ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6호에서는 노인학대행위가 장기요양기관에서 발생하면 행정처분에 처하되, 장기요양기관의 장이 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는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시설과 장기요양기관은 일상적으로 노인인권을 보장해야 하며, 노인학대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주의와 감독에 대한 정의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구체적으로 종사자는 어떤 주의를 해야 하며, 관리자는 어떻게 노인인권보장(노인학대예방)을 위해 감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애매하다. 결국 장기요양기관은 입소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인권 옹호적인 행동이 나타나도록 구체적인 표식을 설치하고 종사자 교육을 함으로써 인권감수성에 적합한 판단과 행동을 감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그 모호성을 극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서울대학교 문용린 교수는 인권감수성(Human Rights Sensitivity)에 대해 간단하게 정의하고 있다. 먼저 인권 문제가 개재된 상황에서 그 상황을 인권 관련 상황으로 지각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상황에서 가능한 행동이 관련된 다른 당사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상상해본다. 결과가 예측되면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인식하고 행동한다. 일반적으로 인권감수성은 이 같은 범주에서 수용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노인복지현장에서 나타나는 인권감수성은 상황인식, 결과 예측, 책임있는 인권옹호적 행위(서비스)를 제공하는 심리적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인권옹호적 행위는 타인의 복지수준을 높이므로 장기요양기관의 복지수준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시설평가점수에서는 상황지각능력, 결과지각능력, 책임지각능력이 결합된 인권옹호적 행동 결과가 반영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년 노인학대사례 판정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노인복지 현장 종사자의 인권감수성이 여전히 낙후되어 있음을 반영한다.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인권과 서비스를 분리하여 이해하기 때문이다. 인권이 전제되지 않은 복지서비스는 뿌리 없는 나무와 같아서 결국 말라 죽게 된다. 노인학대사건이 발생하면 보여주기식 교육 행사로 부산을 떨다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당장 인권감수성 향상에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앞으로는 종사자들의 교육수준과 연령을 고려하여 노인 인권이나 노인학대 예방활동, 인권감수성에 대해 쉬운 말로 이해시켜야 한다. 또 종사자가 노인 인권에 대한 이슈를 자주 접하도록 생활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본지에서 송출하는 인권문자, 인권방송, 주기적 자가진단 등 손쉬운 방법이 그 예다. 종사자의 인권옹호적 활동이 시설 전체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쉽고 간결한 교육방법 개발이 관건이다. UN의 인권선언을 노인복지 현장에 녹여내는 지혜를 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