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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훈의 자상어보] 아버지의 100세 다리

낙상으로 골절상 입은 아버지의 회복을 기원드리며
(주)이앤 노영훈 대표(사회복지사)

어머니로부터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큰일 났다. 아들아! 아버지가 걷다가 넘어져서 대퇴부골절 이란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고집 피우면서 수술을 안 하려해서 전화했다.” 얼마나 다치셨기에 수술이란 말인가! 

평소 전천강 20십리 도붓길을 왕복하시며 건강관리에 남다른 아버지 아닌가. 강원도 동해시 동해병원 응급실의 의사와 유선으로 통화한 내용이다. “아버님은 어느 병원을 가도 수술 하셔야 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평소 같으면 각자 일하며 조용히 지냈던 가족들이 분주해졌다. 

어머니는 삼남매에게 연락을 하였고, 맏이인 나는 강릉에 있는 막내와 안동에 있는 첫째 여동생에게 소식을 전한다. 일사천리(一瀉千里). 급한 상황이었지만 가족들의 대처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막내의 판단으로 강릉 아산병원으로 이동. 의사의 진료 일정으로 인해 바로 수술할 수가 없어서 몇 일간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던 아버지. 며칠 후 수술을 했다. 

평생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본 것은 처음이다. 어머니는 허리와 갈비뼈를 다쳐서 아버지를 간호할 수 없으니 간병인을 모셔야 했다. 수술 전 커다란 추를 다리에 매달아 응급처치를 한 상태였고 다리뿐 아니라 온몸을 꼼짝 못하게 고정시켜 놓은 모습. 내 마음에도 쇳덩이가 매달려 있는 듯했다. 

삼남매의 단톡방은 그 어느 때보다 소통 작렬이다. 평소 동해가족이라는 단톡방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아버지에게 남긴 문자. “뭐든 염려 마세요. 삼남매가 든든히.” 아버지 답장은 3개국어로 왔다.“ 三男妹라 고맙도다 heaven helps douse who help themselves.” 뇌를 다치신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주변 어르신들이 자주 다치는 것을 봤고 매우 위험한 부위라는 것 외에 대퇴부 골절에 대해 아는 지식이 짧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인 대퇴(고관절) 부위는 골반 뼈와 넓적다리뼈를 잇는 관절로서 하반신 움직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이러한 고관절이 골절되면 일어서고 걷는 것 등의 기본적인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아버지의 사고가 15일이 지난 현재.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한다. 퇴원 후 재활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 80세가 넘은 아버지의 도전은 계속 된다. 삼남매의 활약도 당연하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익숙해져 있는 요즘. 건강한 100세를 진정 꿈꾸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께 전한 말. “더 튼튼한 100세 다리가 생기신 것 축하드립니다.”벚꽃이 만개한 요즘. 걷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로하듯 꽃잎은 풍성한 날개가 되어주고, 벚꽃향 가득한 꽃잎날개 단 아버지는 전천강변의 하늘 길을 걷는다. 100세 다리의 탄생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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