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음식 자르러 자리 비운 사이 고기산적 먹다 기도 막혀 사망
법원 “인력 더 배치하고 교육했어도 구체적 관리·감독 없으면 면책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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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AI |
급여제공계획서에 반찬을 잘게 잘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된 어르신에게 음식물을 자르지 않은 상태로 배식한 뒤 요양보호사가 자리를 비웠다가 질식사고가 발생한 사건에서, 법원이 요양보호사와 요양원 운영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인천지방법원은 2026년 10월 13일 사망한 어르신의 자녀 4명이 요양원 운영회사와 요양보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각 1,422만5,572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찬 잘게 잘라 제공” 계획서에 이미 기재
망인은 2025년 4월 요양원에 입소했다. 뇌출혈로 인한 우측 편마비가 있었고 잔존 치아 수도 적었다. 가족은 입소 당시 반찬을 잘게 잘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 내용은 요양원의 급여제공계획서에도 기재됐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13일 아침 요양보호사는 고기산적 등 음식물이 잘게 잘리지 않은 상태로 배식했다. 이를 뒤늦게 확인한 요양보호사는 음식을 자르기 위한 가위를 가져오려고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어르신이 혼자 고기를 먹다가 기도가 막혔다. 어르신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고 이틀 뒤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법원 “식사 중 질식 위험까지 살폈어야”
재판부는 요양보호사에게 단순히 음식을 잘게 자를 의무뿐 아니라, 어르신이 식사하는 동안 상태를 살피며 질식 등 위험에 대처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음식물을 자르지 않은 채 제공하고 자리를 비워 혼자 식사하게 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실제 어르신의 사망 원인도 고기산적 조각이 기도를 막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인정돼 요양보호사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됐다. 해당 요양보호사는 같은 사고로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돼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고 형사판결도 확정됐다.
“인력 더 배치하고 교육했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아
요양원 측은 법정기준보다 많은 인력을 배치했고 요양보호사들에게 직무교육도 실시했다며 사용자로서 관리·감독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히 인원을 더 배치하고 교육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급여제공계획서의 이행을 담보할 절차를 마련하거나 실질적인 감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당시 아침 시간대에는 환자 15명을 3명이 관리했고 다른 직원들은 오전 9시 이후 출근했다는 종사자 진술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요양보호사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봤다.
어르신 과실도 인정하지 않아
요양원 측은 어르신의 건강상태나 사고방지를 위해 노력한 사정을 고려해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책임 제한 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우측 편마비 등 신체상태는 오히려 요양원이 보호과정에서 고려했어야 할 사정이고, 어르신 앞에 제공된 음식을 혼자 먹었다는 점을 어르신 자신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족 4명에게 각각 1,422만원 배상
법원은 장례비 1,690만2,290원을 인정해 자녀 4명에게 각 422만5,572원의 장례비 손해를 인정했고, 여기에 각 1,000만원의 위자료를 더했다. 이에 따라 요양보호사와 요양원 운영회사는 공동해 각 유족에게 1,422만5,572원을 배상하게 됐다.
급여제공계획은 ‘작성’보다 ‘이행’이 중요
이번 판결은 급여제공계획서가 단순한 기록서류가 아니라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 반드시 이행돼야 할 구체적인 돌봄 기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저작능력이 떨어지거나 편마비가 있는 어르신에게 음식물을 잘게 잘라 제공하도록 계획했다면 실제 배식과 식사관찰까지 계획대로 이어져야 한다. 법정기준 이상의 인력을 배치하고 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계획이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되도록 관리·감독하는 절차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요양기관이 주의 깊게 살펴볼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