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실 베란다 난간 높이도 기준 미달…“보호·안전배려의무 위반”
법원, 사고와 사망 사이 간접적 인과관계도 인정해 자녀들에게 각 1,188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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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추락위험 장소를 이미 확인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시설의 안전관리 책임이 더 무겁게 평가될 수 있다.(이미지=AI) |
치매 어르신이 요양원 프로그램실 베란다를 넘어 추락한 뒤 장기간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요양원 운영법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수원지방법원은 2026년 8월 26일 망인의 자녀들이 요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1,188만759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고 전부터 반복된 배회행동
망인은 치매로 중증 인지장애가 있었고 요양원 내부를 반복적으로 배회했다. 사고 당일에도 프로그램실 베란다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는 행동이 확인됐으며, 직원들은 한 차례 문을 잠갔지만 망인이 다시 잠금장치를 풀고 베란다로 나간 뒤 난간을 넘어 추락했다.
법원은 직원들이 망인의 배회와 베란다 접근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병실로 데려가거나 프로그램실 출입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반 병실 창문에는 별도 문열림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프로그램실 베란다 문에는 일반 잠금장치만 설치돼 있었고, 난간 높이도 법정기준 1.1m보다 낮은 1m였던 점을 지적했다.
“요양원은 상시보호·안전배려 의무 부담”
법원은 노인요양시설은 치매·중풍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게 일상생활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 만큼, 운영주체가 입소자의 신체와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배려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봤다. 특히 치매 어르신에 대해서는 상태에 맞는 적절한 인력배치와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요양원 측은 보호자가 낙상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번 사고가 ‘이동 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다 발생한 낙상’과는 다른 유형이라며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락 후 폐렴 사망도 인과관계 인정
망인은 추락으로 요추 골절과 외상성 거미막하출혈 등을 입고 수술과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다. 이후 보행이 불가능해져 대부분의 시간을 침상에서 생활하다 약 7개월 뒤 폐렴 악화로 사망했다. 의료감정에서는 낙상 손상과 폐렴이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장기간 침상생활이 폐렴 악화에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법원도 사고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망인이 스스로 베란다 문을 열고 난간을 넘은 점 등을 고려해 요양원의 책임은 40%로 제한했다. 이번 판결은 치매 어르신의 배회행동을 단순한 생활특성으로만 볼 수 없음을 보여준다. 반복적 배회나 출입 시도가 확인됐다면 기록에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출입통제와 환경개선, 직원의 지속적인 관찰까지 연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