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인성 폐렴 사망과 직접 인과관계는 인정 안 돼…항소심도 1심 판단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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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기관에서 응급상황 매뉴얼이 단순히 평가를 위한 서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원이 산소포화도 저하, 의식변화, 호흡곤란 등 위급징후를 발견했을 때 ‘누구에게 보고하고, 언제 119를 부르며, 어떻게 전원할 것인지’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사전에 교육·훈련하는 것까지 시설의 관리책임에 포함된다는 의미다.(이미지=AI) |
요양원 입소자의 산소포화도가 70%까지 떨어지는 위급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시설이 즉시 119 신고나 의료기관 이송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에서 법원이 요양원 원장과 시설장, 간호조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20년 10월 15일 사망한 입소자의 자녀가 요양원 원장과 시설장, 간호조무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으로 5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는 5000만원을 청구했지만 나머지 청구는 기각됐다. 이후 항소심에서도 항소가 기각돼 1심 판단이 유지됐다.
망인은 레비소체 치매를 앓다가 가족의 돌봄이 어려워지자 2018년 5월 3일 요양원에 입소했다. 입소 나흘째인 5월 7일 의식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이 발생했다. 간호조무사는 산소포화도가 70%까지 떨어지자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마스크를 적용해 97%까지 회복시켰다.
그러나 이후 조치가 문제가 됐다. 간호조무사는 촉탁의나 시설장에게 위급상황을 제대로 보고하거나 직접 119에 신고하지 않고, 가족에게 “상태가 나빠지면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말한 뒤 퇴근했다. 결국 가족이 오후 6시12분께 119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고, 망인은 흡인성 폐렴 진단을 받아 치료받다가 일주일 뒤 사망했다.
법원은 가족이 주장한 모든 과실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망인의 급성 뇌경색을 요양원 측이 미리 발견하지 못한 점이나 신체구속조치가 흡인성 폐렴 또는 사망을 발생시켰다는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망인이 낙상위험이 높아 수면 중 최소 범위에서 이뤄진 신체구속 역시 당시 사정에 비춰 절박성·비대체성·일시성을 갖춘 조치로 봤다.
법원이 책임을 인정한 핵심은 ‘응급대응체계’였다.
당시 장기요양급여 이용 표준약관은 입소자의 생명이 위급하다고 판단되면 협약병원이나 지정 의료기관 등에 즉시 후송하고 보호자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안전관리지침 역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처치와 함께 119 호출 등 가장 신속한 방법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하고, 모든 직원이 응급대처 방법을 숙지하도록 교육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요양원에 응급상황에 대비한 실질적인 매뉴얼이 존재하거나 평소 직원교육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산소포화도 70%는 저산소성 손상과 급성호흡마비가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상태였는데도 신속한 보고와 119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대응 미흡이 흡인성 폐렴과 사망 자체를 직접 초래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망인의 기왕증과 사망원인 등을 함께 고려해 청구액 5000만원 중 위자료 500만원만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