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안전부터 가족돌봄·요양보호사 처우·정서적 돌봄까지 개선 요구 확산
 |
| 이미지=AI |
“요양원에 입소한 뒤 3주 만에 만난 어머니가 너무 야위고 기력이 없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노인돌봄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요양시설을 더 확충해 달라는 요구를 넘어 돌봄의 질과 안전, 가족의 돌봄 부담, 요양보호사 처우, 입소자의 정서적 삶까지 민원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추석 명절을 앞둔 시점에 노인의 날인 10월 2일을 맞아 노인돌봄 관련 ‘민원주의보’를 발령하고 관계기관에 시설 운영 내실화와 돌봄서비스 질 개선 등의 대응 방향을 공유했다. 권익위가 2023년 9월부터 2026년 8월까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민원을 분석한 결과 노인돌봄 관련 민원은 모두 1만4626건에 달했다.
증가세도 뚜렷하다. 2026년 노인돌봄 민원은 월평균 576건으로, 2023년 월평균 313건의 1.8배 수준으로 늘었다. 민원은 2023년 9월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저귀·욕창부터 체중감소까지…“기본 돌봄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시설 관련 민원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돌봄이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 민원인은 기저귀를 사용하는 어머니에게 욕창이 발생하자 젖은 기저귀가 장시간 방치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민원인은 요양원 측의 요청으로 입소 후 3주가 지나서야 어머니를 만났는데 “살이 너무 빠져 있고 기력이 없어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치매로 배회가 심하다는 이유로 다른 시설로 옮길 것을 권유받거나, 요양원의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새로운 시설을 찾아야 한다는 민원도 접수됐다.
안전관리 문제도 반복됐다. 다른 입소자가 어르신을 밀쳐 넘어뜨렸는데 당시 주변에 근무자가 없었다는 사례가 있었고, 바퀴나 고정장치가 고장 난 목욕용 이동침대와 의자가 장기간 방치됐다는 신고도 있었다.
권익위는 이에 따라 고령자 특성을 반영한 선제적 안전점검과 매뉴얼 확충, 시설 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 관리·점검, 접견체계 마련 등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지역별 수요를 분석한 공립 요양시설 확충 필요성도 함께 제시됐다.
가족은 “쉴 곳이 없다”…요양보호사는 “휴게시간에도 일한다”
시설 밖 돌봄의 어려움도 컸다.
치매 가족을 가정에서 돌보는 보호자들은 사실상 하루 24시간 이어지는 돌봄 부담을 호소했다. 특히 가족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단기보호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정작 거주 지역에 이용할 기관이 없어 제도를 사용할 수 없다는 민원도 있었다.
반대편에는 돌봄을 직접 수행하는 종사자들의 문제가 있었다.
민원에는 요양보호사 인력난과 업무 과중이 직업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다시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특히 요양원에서는 휴게시간으로 지정된 시간에도 호출벨 대응, 낙상 예방, 배변 보조, 응급상황 대처 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휴게시간으로 처리해 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기저귀·식사·투약만으로 좋은 돌봄인가”
이번 민원 분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돌봄의 기준이 신체적 수발을 넘어 정서적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원인은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식사를 제공하며 약을 챙겨드리는 것만으로 좋은 돌봄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자기표현이 어려운 어르신일수록 이름을 불러주고 말을 걸며, 좋아하는 것을 묻고 음악을 함께 듣는 등의 관계 중심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전을 이유로 생활을 지나치게 통제하면서 어르신이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는 일상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익위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시설 환경과 안전관리 강화뿐 아니라 가족돌봄 부담 완화, 돌봄종사자 처우 점검, 봉사활동 등 외부 교류 확대를 통한 고독감 예방, 고령층의 디지털 활용과 평생교육 확대 등을 관계기관에 제시했다.
이번 민원주의보는 노인돌봄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설에 모시고, 식사를 제공하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안전한 돌봄과 적정한 인력, 종사자의 지속 가능한 근무환경, 가족의 휴식, 그리고 어르신이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상까지 장기요양서비스의 품질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한편 8월 전체 민원 발생량은 133만6828건으로 전월보다 2.4%, 전년 같은 달보다 4.9%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