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기만·은폐 증거 없어…“업무정지 처분은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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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장기요양 현장에서 ‘환수’와 ‘업무정지’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력배치기준 위반으로 급여비용을 돌려줘야 하더라도, 업무정지까지 하려면 허위·기만·은폐 등 ‘부정한 방법’이 별도로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이미지=AI) |
요양원에서 위생원으로 신고된 직원이 세탁업무를 하지 않아 1억8천만원 상당의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 사유가 인정됐더라도, 이를 곧바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의한 청구’로 보아 업무정지 처분까지 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8월 26일 용인의 한 요양원 운영자가 기흥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83일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해당 요양원은 2022년 현지조사에서 인력배치기준과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억8,026만3,950원의 환수처분을 받았다. 이후 기흥구청은 같은 사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2025년 10월부터 83일간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쟁점은 위생원 업무였다. 요양원은 위생원으로 신고한 직원들에게 청소와 사무행정을 맡겼고, 세탁·건조·정리 등 실제 세탁업무는 요양보호사와 시설장이 수행했다.
법원은 위생원의 본연 또는 주된 업무는 세탁업무라고 판단했다. 특히 입소정원 99명인 요양시설은 위생원 1명을 두거나 세탁물을 전량 외부에 위탁해야 하는데, 신고된 위생원이 세탁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적법한 위생원을 배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요양보호사들이 세탁업무를 수행한 시간 역시 고유업무 수행시간에서 제외해야 하므로 인력배치기준과 가산기준 위반에 따른 환수 사유 자체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업무정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재판부는 장기요양보험법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은 허위, 기만, 은폐 등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급여비용 지급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비용을 지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부정청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도 시설장이 위생원의 업무범위를 잘못 적용했다는 사정은 인정되지만, 이를 알면서 허위자료를 만들거나 사실을 숨기는 등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해당 급여비용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비용’으로 환수할 수는 있어도, 이를 근거로 83일의 업무정지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봤다.
법원은 설령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환수로 장기요양보험 재정의 손실이 회복됐고, 업무정지로 인한 기관과 수급자의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83일 업무정지는 비례원칙에도 반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