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공고를 올린 지 두세 달이 지나도록 지원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요즘 요양원 원장들 사이에서 더 이상 낯선 하소연이 아니다. 식당과 급식업계 전반이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요양원 주방은 사정이 유독 어렵다. 하루 세 끼를 단 하루도 거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 닫을 수 없는 주방
일반 식당은 사정이 어려우면 휴무를 걸 수 있다. 요양원 주방은 그럴 수 없다. 어르신의 식사는 명절에도, 주말에도, 폭설이 내린 날에도 정시에 나가야 한다. 법이 정한 인력 기준도 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상 노인요양시설은 입소자 25명당 조리원 1명을, 1회 급식인원이 50명 이상이면 영양사 1명을 두어야 한다. 정원 60명 시설이라면 조리원 2명과 영양사 1명이 법정 최소 인력이고, 주말·야간·휴가 공백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조리원 3명 배치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조리원 한 명의 공백은 단순한 일손 부족이 아니다. 남은 인력의 연장근무로 이어지고, 채용이 길어지면 인력 기준 충족 여부까지 걱정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급한 대로 원장이나 사무국장이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가는 일도 드물지 않지만, 그렇게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원자가 오지 않는 세 가지 이유
현장에서 꼽는 구인난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조리 인력 자체가 고령화됐다. 지금 요양원 주방을 지키는 조리원 상당수가 50~60대다. 이분들이 은퇴 시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그 자리를 채울 젊은 인력의 유입은 사실상 끊겼다. 채용이 아니라 '세대교체가 멈춘 것'이 구인난의 뿌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둘째, 근무 조건이 쉽지 않다.
이른 아침 출근, 고온의 조리 환경, 무거운 조리 기구, 까다로운 위생 기준에 더해 주말과 명절 근무까지 감당해야 한다. 같은 급여라면 더 수월한 일자리를 택하는 것이 구직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셋째, 임금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급 1만 700원으로 올해보다 3.7% 오른다. 주 40시간 기준 월 환산액은 223만 6,300원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인상분을 온전히 반영한 수가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양원으로서는, 웃돈을 얹어 인력을 데려올 여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대체 인력 시장도 얇다. 조리원이 갑자기 하루 이틀 자리를 비울 때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 것은 채용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이야기다.
구인난은 결국 비용이 된다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비용은 발생한다. 남은 인력의 연장·휴일근로수당, 일용직과 파견 인력에 붙는 웃돈, 그리고 명절이 낀 달의 휴일근무수당과 대체 인력 비용까지 더해지면, 주방 인건비는 평소보다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 안팎 늘어나기도 한다.
사람을 구했다고 부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시니어 급식 전문기업 터치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위탁 도입 계산기' 기준으로, 정원 60명 시설이 조리원 3명(평균 급여 265만 원)과 영양사 1명(기본급 250만 원)을 두면 4대보험과 퇴직충당금을 포함한 인건비는 월 약 1,300만 원이다. 법정 기준 초과 배치 인력에 대한 공단 가산금을 반영해도 시설이 별도 예산으로 부담하는 금액은 월 1,100만 원대, 연간 1.4억 원 안팎이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이 비용이 식대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식재료비는 장기요양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어르신과 보호자에게 받은 식대는 전액 식재료 구입에 쓰이고 정산·증빙 의무가 따른다. 즉 조리 인력 인건비는 식대가 아니라 요양원 운영 예산에서 나가는 돈이며, 구인난과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이 고스란히 시설의 몫으로 쌓이는 구조다.
주방 운영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시설들
구인난이 장기화되면서, 채용 공고를 반복해 올리는 대신 주방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설이 늘고 있다.인근 시설끼리 인력을 융통하거나 시간제 인력을 조합하는 방식도 시도되지만, 연중무휴 3식 체계에서 임시방편 이상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조리 인력의 채용·근태·대체 인력 운영과 식재료 조달, 위생 점검 대응, 식재료비 회계 증빙까지 전문업체가 맡는 위탁급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설 입장에서는 구인난이라는 상수(常數)를 운영 범위 밖으로 내보내는 선택이다.
물론 위탁 전환에서 원장들이 가장 신중하게 살피는 것은 식사의 질이다. 같은 식대로 재료와 인력, 물류를 함께 감당하려면 업체의 구매력과 운영 전문성과 효율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터치밀은 전국 단위 조리 인력 풀과 자체 교육·관리 시스템으로 채용과 대체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월 7만 식 이상의 구매력과 AI 기반 시설 맞춤 운영으로 식사의 질까지 함께 관리한다. 증빙 기준이 까다로운 대형·시립·금융권 요양원이 위탁해서 계약을 이어가는 이유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요양원 주방의 구인난은 개별 시설의 노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조리 인력의 고령화, 노동시장의 변화, 수가와 인건비의 격차라는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렇기에 해법도 '어떻게든 사람을 구하는 것'에서 '주방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직영을 유지하며 인력 운영을 보강하든, 위탁으로 전환하든, 우리 시설의 주방에 맞는 운영 방식을 점검해 보는 것 — 그것이 원장이 채용 공고 대신 어르신 곁에 머무는 시간을 되찾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