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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의 핵심은 분명하다. 낙상사고 자체에 책임이 없더라도 사고가 발생한 뒤 보고와 관찰, 의료적 판단이 늦어지면 별도의 책임이 생길 수 있다. 요양원에서는 “왜 넘어졌는가”만큼 “넘어진 뒤 무엇을 했는가”를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이미지=AI) |
요양원에서 발생한 낙상사고 자체에 시설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사고 후 의료진과 보호자에게 즉시 알리지 않고 조치를 지연했다면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낙상 발생과 사고 이후 대응을 구분해 판단하면서, 요양시설에서는 사고를 완전히 막는 것뿐 아니라 사고 직후의 보고와 의료적 대응도 중요한 주의의무라고 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월 13일 장기요양 4등급을 받은 만 84세 입소자와 유족들이 요양원 시설장과 운영법인,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배우자에게 215만3,846원, 자녀 5명에게 각각 126만9,230원을 지급하도록 해 전체 인정액은 약 850만원이었다.
사고는 2021년 12월 10일 오후 8시33분께 발생했다. 입소자가 요양원 병실 내 화장실에서 문을 잡으려다 넘어졌고 요양사들이 이를 발견했다. 그러나 약 18분 뒤에야 화장실 밖으로 이동시켰고, 입소자가 눕지 못하고 앉아 있는 상태였는데도 담당 간호사나 관리자, 보호자에게 즉시 알리지 않았다. 의료진에게 보고돼 최초 진료가 이뤄진 것은 다음 날 오전 9시께였으며 이때 대퇴골 골절이 확인됐다.
노인보호전문기관도 낙상 후 화장실 바닥에 18분간 방치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적절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방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법원은 낙상사고 발생 자체에 대해서는 요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입소자가 화장실에서 혼자 문을 닫다가 넘어진 사정 등을 고려하면 시설이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 이후 대응은 달랐다. 요양급여 이용관계에 따라 요양원은 입소자의 신변 이상을 보호자에게 즉시 알리고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치 지연이 이후 치료비 전체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소자는 사고 후 고관절 골절 진단을 받았지만 여러 병원에서 수술 제안을 받은 뒤 수술하지 않았고, 사고 후 약 1,440일이 지나 사망했다. 법원은 사고 후 보고 지연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5,590만원의 치료비와 7,801만원의 개호비 등은 배상범위에서 제외하고 위자료만 인정했다. 망인 500만원, 배우자 100만원, 자녀들에게 각각 5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뒤 상속분을 반영해 최종 지급액을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