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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정 박사 한국고령친화식품연구소 소장 |
고령자가 자택에서 생활을 계속하려면 질병 관리만큼 중요한 것이 매일의 식사이다. 일본의 방문간호기관들이 공개한 현장을 살펴보면, 영양관리를 방문간호의 부수적인 업무가 아니라 대상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간호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방문간호사는 정기적으로 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하기 때문에 병원 검사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식사량의 변화, 체중감소, 냉장고의 상태, 식사 준비 능력, 씹고 삼키는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일본 방문간호 현장에서 영양관리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영양은 재가생활을 위협하는 위험요인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인용한 방문간호 칼럼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BMI 20 이하의 저영양 경향을 보이는 비율은 남성 12.2%, 여성 22.4%로 소개된다. 여성 고령자의 경우 5명 중 1명 이상이 저영양 경향에 해당하는 셈이다. 저영양은 단순히 체중이 줄어드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근력과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욕창과 감염, 낙상과 골절, 만성질환 악화 및 입원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사량 감소와 활동량 저하가 함께 나타나면 근육량이 감소하는 근감소증과 노쇠가 진행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나 재가에서는 병원처럼 매일 체중과 섭취량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늦게 발견되기 쉽다. 이에 일본의 방문간호 현장에서는 대상자의 ‘평소 상태’를 알고 있는 간호사의 관찰을 저영양 조기 발견의 출발점으로 본다.
체중은 한 번의 수치보다 변화 과정을 본다
일본 방문간호에서 가장 기본적인 영양평가 항목으로 제시하는 것은 체중이다. 방문 때마다 가능한 범위에서 체중을 측정하고 이전 기록과 비교한다. 체중계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위팔둘레나 종아리둘레의 변화를 참고하기도 한다.
체중변화율을 다음과 같이 계산해 영양상태를 확인하도록 한다.
‘평소 체중에서 현재 체중을 뺀 값’을 평소 체중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하는 방식이다. 1주일에 2%, 1개월에 5%, 3개월에 7.5%, 6개월에 10% 이상의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관찰한다. 또한 6개월 동안 의도하지 않게 2~3kg 이상 체중이 줄어든 경우도 노쇠와 저영양 가능성을 의심하는 중요한 신호로 제시한다. BMI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누어 산출하며, 고령자에서는 BMI 20 이하를 저영양 경향의 참고기준으로 활용한다. 다만 고령자는 척추 변형이나 신장 감소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젊었을 때의 키가 아니라 현재 상태를 가능한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잘 드십니까?”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한다
방문간호에서의 영양평가는 체중과 BMI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일본의 방문간호에서는 하루 식사 횟수, 식사량, 음식의 종류와 질, 최근 섭취량의 변화, 간식과 수분섭취량 등을 확인하도록 한다. 대상자에게 “식사를 잘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끼 중 어느 정도를 남기는지, 이전에 비해 식사량이 줄었는지, 특정 음식만 먹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필요 에너지는 현장에서 체중 1kg당 약 30kcal를 기본적인 참고값으로 계산하고, 단백질은 체중 1kg당 약 1g을 하나의 기준으로 소개한다. 예를 들어 체중 50kg인 고령자라면 하루 에너지 약 1,500kcal와 단백질 약 50g을 기초적인 참고량으로 보는 방식이다. 일부 현장 자료에서는 혈청 알부민 수치도 영양상태를 파악하는 참고자료로 제시한다. 그러나 체중, 섭취량, 이동능력, 질환, 심리상태 등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MNA-SF를 활용한 영양 선별
보다 체계적인 평가도구로는 MNA-SF, 즉 간이영양상태평가표를 사용한다. MNA-SF는 최근 식사량의 변화, 체중감소, 이동능력, 급성질환이나 심리적 스트레스, 신경·정신적 문제, BMI 등 여섯 항목을 평가하는 도구이다. 총 14점 중 12~14점은 정상 영양상태, 8~11점은 저영양 위험, 0~7점은 저영양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평가도구의 목적은 방문간호사가 저영양을 확정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전문적인 영양평가와 개입이 필요한 대상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데 있다.
먹지 못하는 원인까지 확인한다
일본 방문간호에서의 영양평가는 섭취량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왜 먹지 못하는가’를 함께 살핀다. 충치나 치주질환, 맞지 않는 틀니, 입 마름과 통증이 있으면 씹기 어려워지고 식사량이 줄 수 있다. 식욕을 떨어뜨리거나 미각을 변화시키는 약물, 변비로 인한 복부 불편감, 우울감, 혼자 식사하는 외로움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치매가 있는 고령자는 식사 여부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음식임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식사를 준비하거나 식기를 사용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실제 섭취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방문간호사는 가족과 돌봄제공자에게 식사상황을 확인하고, 대상자의 인지기능과 생활환경을 함께 평가한다. 식사 중 자주 기침하거나 사레가 들고, 식사시간이 길어지거나 특정 음식을 피한다면 씹기와 삼키기 기능의 저하도 의심한다. 이처럼 일본의 방문간호 영양평가는 체중과 영양소뿐 아니라 구강, 연하, 인지, 심리 및 생활환경을 포괄한다.
우리 장기요양 현장에 주는 시사점
일본 방문간호는 영양관리를 ‘식사를 얼마나 제공했는가’보다 ‘대상자가 실제로 얼마나 먹을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우리도 체중과 식사량뿐 아니라 구강상태, 씹기·삼키기 기능, 식사시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이러한 작은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여 주치의, 영양사, 치과, 언어재활사 등 필요한 전문가에게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