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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건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요양시설에서 안전관리는 낙상이나 욕창, 응급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입소자와 입소자 사이의 관계 역시 중요한 위험관리 영역이다. 사소해 보이는 한 번의 다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록하고 원인을 찾는 것, 그것이 더 큰 사고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이미지=AI) |
요양시설에서 TV 리모컨을 둘러싼 사소한 다툼이 결국 입소자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의정부지법은 함께 생활하던 입소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90대 남성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가해자는 치매로 인지기능과 판단능력이 저하된 상태였지만, 법원은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가 중대한 만큼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경기 양주시의 한 요양원에서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90세 입소자 A씨는 함께 생활하던 86세 B씨가 TV 리모컨을 건네주지 않자 화를 내며 주먹으로 폭행했고, B씨는 이후 사망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다툼 자체를 부인하거나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두 입소자 사이의 우발적인 충돌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요양시설에서는 TV 채널, 좌석, 간식, 물건 사용, 식사 자리, 다른 입소자의 행동 등 일상적인 상황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치매로 인한 판단력 저하와 감정조절의 어려움, 피해망상, 반복행동 등이 동반되면 작은 자극도 공격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시설은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을 사전에 찾아내는 관리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특정 입소자가 리모컨이나 좌석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지, 특정 입소자와 반복적으로 언쟁을 벌이는지, 저녁시간이나 직원 교대시간 등 특정 시간대에 행동문제가 증가하는지를 기록하고 분석해야 한다.
공용공간 관리도 중요하다. TV 리모컨을 여러 입소자가 직접 차지하도록 두기보다 직원이 관리하거나, 시청시간과 채널 선택방법을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반복적으로 충돌하는 입소자는 좌석이나 생활공간을 조정하고, 공격행동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사례회의를 통해 원인과 대응방법을 공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 어르신의 공격행동을 단순히 ‘성격이 나쁜 행동’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행동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불편함, 두려움, 욕구 좌절, 환경적 자극을 파악하고 가능한 한 비약물적 방법으로 갈등을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