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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우 (사)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홍보 및 협력 제규정위원장 |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화와 돌봄 수요 증가 속에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제도의 외형적 성장과 달리 장기요양기관의 현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문제는 법정 인력배치기준과 실제 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사이의 괴리다. 장기요양기관은 법령과 고시에서 정한 인력배치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유급휴가, 휴일근로, 대체휴무 등 종사자의 정당한 근로조건도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의무를 동시에 이행하기 위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현재의 장기요양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2.1대 1의 숫자만으로는 실제 필요한 인력을 설명할 수 없다
요양보호사 인력배치기준이 강화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종사자 한 사람이 담당하는 어르신의 수가 줄어들면 돌봄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종사자의 업무부담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는 단순히 배치기준상의 숫자만을 보고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시설의 인력배치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요양보호사의 수와 실제로 365일 24시간 근무표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요양보호사의 수는 같지 않다.
종사자에게는 연차가 발생한다. 장기근속자가 늘어날수록 사용할 수 있는 연차도 증가한다.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이라고 해서 요양시설의 문을 닫을 수도 없다. 누군가 연차를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휴일근무에 따른 휴무가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결국 법정 배치인원만으로 근무표를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관이 대체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기존 종사자의 추가근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앞으로의 수가정책은 명목적인 인력배치기준을 넘어 ‘실제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 몇 명인가를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연차는 권리인데,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의 법적 권리다. 그렇다면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적으로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연차 관련 비용 역시 장기요양 수가를 결정할 때 합리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장기근속 종사자가 많은 기관일수록 연차 발생일수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대체인력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용을 기관이 자체적으로 감당하도록 방치한다면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숙련된 종사자를 오래 고용할수록 기관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요양서비스에서 숙련된 요양보호사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어르신의 생활습관과 건강상태를 이해하고 돌봄 경험을 축적한 종사자가 오래 근무하는 것은 서비스의 연속성과 질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그럼에도 장기근속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기관에만 부담시키는 것은 장기근속을 장려해야 할 장기요양정책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근속연수에 따른 단계별 가산 확대와 연차 발생비용의 수가 반영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휴일에도 멈출 수 없는 장기요양서비스
요양시설은 일반 사업장과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이 있다. 어르신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라고 해서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설날이나 추석이라고 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없다. 즉, 365일 24시간 서비스가 유지되어야 하는 생활시설이다. 그럼에도 수가체계가 일반적인 근무환경을 전제로 설계된다면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이 증가할수록 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차수당뿐 아니라 휴일근로에 따른 추가 비용과 대체휴무로 인해 발생하는 대체인력 비용 역시 수가체계에서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관의 이익을 보전해 달라는 요구와는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일정 수준의 인력을 배치하도록 요구하고 근로관계법령에 따라 휴가와 휴일을 보장하도록 한다면, 그 제도를 준수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수가 산정 과정에서 적정하게 고려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산제도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정책수단이다
장기요양 수가에서 가산제도는 단순히 기관에 돈을 더 지급하는 장치로만 볼 수 없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관의 인력운영을 유도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인센티브의 성격도 갖는다. 따라서 가산제도의 신설·확대·축소·폐지를 논의할 때에는 재정적 관점뿐 아니라 기관의 인력운영과 서비스 질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제도 변경으로 기관의 인력운영 부담이 증가한다면 그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가산제도를 둘러싼 행정소송 역시 이러한 제도 설계와 운영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라고 본다. 다만 개별 판결의 의미는 판결문과 구체적인 법리를 토대로 별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명목 수가’가 아니라 ‘실제 원가’를 봐야 한다
앞으로 장기요양 수가체계는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우선 연차수당, 휴일근로 관련 비용, 대체휴무에 따른 대체인력 비용 등 법정 인건비 요소를 실제 원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여 대체인력을 운용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산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장기근속 인력에 대해서도 3년·5년·10년 등 근속기간에 따른 단계적 가산을 확대하여 숙련된 인력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설급여와 재가급여의 운영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일률적인 수가정책에서 벗어나 급여유형과 시설 특성에 따른 차등화된 수가체계도 함께 논의할 시점이다. 궁극적으로는 매년 수가를 몇 퍼센트 올릴 것인가를 논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표준 인력운영모형을 설정하고 법정 배치인원, 연차 발생인원, 휴일근로, 대체휴무, 장기근속 등에 필요한 실제 인력을 산출한 뒤 이를 수가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장기요양은 종사자와 기관이 함께 살아야 가능하다
장기요양기관의 지속가능성과 종사자의 처우개선은 서로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관의 경영이 불안정하면 종사자의 고용과 처우가 불안정해지고, 종사자가 현장을 떠나면 결국 어르신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따라서 종사자의 권리를 강화하면서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까지 제도적으로 함께 설계하는 것, 이것이 지속가능한 장기요양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법은 기관에 적정한 인력을 배치하라고 요구한다. 법은 종사자의 연차와 휴일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이제 수가제도 역시 그 법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좋은 돌봄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오래 현장에 남게 하려면 그에 필요한 비용을 제대로 인정하는 제도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 장기요양 수가정책의 기준을 단순한 재정 통제에서 벗어나 ‘실제 사람이 필요한 만큼 비용을 인정하는 제도’로 전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