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요양시설의 안전은 거창한 장비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멀티탭 하나, 콘센트 하나, 소화기 한 대, 직원 한 명의 빠른 판단이 어르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이번 부천 요양원 화재는 작은 전기시설 관리와 초기 진화 훈련이 장기요양기관 안전관리의 기본임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이미지=AI) |
경기 부천의 한 요양원에서 멀티탭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지만, 요양원 직원의 신속한 신고와 초기 진화로 큰 피해를 막은 사례가 확인됐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요양시설에서 화재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보여주는 사건이다.
부천소방서에 따르면 27일 낮 12시 24분쯤 부천시 소사구의 한 11층짜리 건물 1층 요양원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해당 건물은 1층부터 5층까지 요양원으로 사용되고, 6층부터 11층까지는 오피스텔로 사용되는 복합건축물이었다. 화재가 확산될 경우 입소 어르신은 물론 상층부 거주자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화재를 처음 확인한 것은 요양원 관계자였다. 2층에서 흰색 연기를 발견한 직원은 즉시 119에 신고한 뒤 1층으로 내려갔다. 이어 인근에 비치되어 있던 소화기를 이용해 불이 커지기 전에 초기 진화에 나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현장에서 추가 안전조치를 실시했으며, 다행히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소방 당국은 1층 요양원 창고 안에 있던 멀티탭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창고는 각종 물품이 쌓이기 쉬운 공간이기 때문에 전기기기와 멀티탭 관리가 소홀하면 화재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멀티탭 주변에 종이상자, 비닐, 천류, 청소용품, 소모품 등이 함께 보관되어 있으면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번질 수 있다.
요양원 화재는 일반 시설의 화재보다 훨씬 위험하다. 입소 어르신 중 상당수는 보행이 어렵거나 휠체어, 보행보조기, 침상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나 인지저하가 있는 어르신은 화재 상황을 즉시 이해하거나 스스로 대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화재가 커진 뒤 대피를 시작하면 이미 늦을 수 있다. 요양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를 예방하고, 발생하더라도 초기에 발견해 즉시 진화하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소화기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화재 초기에 직원이 소화기를 사용할 줄 몰랐다면 불은 창고 물품을 타고 빠르게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 복합건축물 특성상 연기가 계단이나 복도를 통해 확산되면 어르신 대피뿐 아니라 상층부 주민의 피난도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소화기 한 대와 직원의 침착한 대응이 큰 사고를 막은 셈이다.
장기요양기관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전기시설 안전점검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멀티탭에 여러 전열기구를 동시에 연결하지 않는지, 오래된 멀티탭을 계속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먼지가 쌓였거나 피복이 손상된 전선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기기는 플러그를 뽑고, 창고나 세탁실, 주방, 사무실 등 전기 사용이 많은 공간은 별도 체크리스트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화기 위치와 사용법 교육도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직원 모두가 소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며, 실제 상황에서 안전핀을 뽑고 호스를 불쪽으로 향하게 한 뒤 손잡이를 눌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신규 직원, 야간근무자, 조리원,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 직종과 근무시간대에 관계없이 초기 대응 교육을 반복해야 한다.
최준 부천소방서장은 “화재 초기에는 소화기가 큰 피해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평소 소화기 사용법을 익히고 전기시설 안전점검을 생활화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