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프트 안전수칙(이미지=안전보건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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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시설장이나 요양보호사 등은 입소자가 다치지 않도록 업무상 주의의무를 지게 된다. 비록 어르신 스스로 발생한 낙상사고라 하더라도 시설물 관리 하자에 의한 경우, 사건화 된다면 업무상 주의의무를 따지게 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2심은 1심 형량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부과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건은 J구 소재 한 요양원에서 발생했다. 이 요양원은 노인성질환 및 치매 등을 앓고 있는 장기요양 수급 노인들이 입소한 시설이다.
이 요양원 건물은 총 4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주간에는 시설장과 간호사 1명, 사회복지사 1명, 요양보호사 2명이 근무했는데, 요양보호사 2명은 각각 2개 층씩 담당했다. 그러나 야간에 층별 2인씩 배치하지 않고 요양보호사 2명이 전체 4개 층 전체 노인을 돌봤다. 이 시설의 인력배치구조는 야간에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요양보호사가 상황인식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요양원 건물에는 각 층을 위아래로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가 설치돼 있었다. 리프트는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리프트가 해당 층을 통과할 경우 자동잠금장치가 달려 있었다. 자동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어 발을 내딛게 될 경우 추락하는 구조였다.
사건은 2019년 여름 84세 A어르신이 입소하면서 발생했다. 치매노인은 통상 집에 가겠다면 배회하는 특성이 있다. A어르신은 장기요양 4등급 수급자로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었고 인지능력이 저하돼 있는 상태였으며, 입소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 시설 구조에 익숙하지 못했다.
이러한 노인 특성을 고려해 시설장은 수시로 리프트를 비롯한 요양시설에 설치된 모든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에 철저해야 한다. 즉, 입소자들에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근무자 역시 마찬가지로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역시, 배회하는 어르신들을 관찰해 낙상이나 추락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사건 당시는 야간이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는 배회 관찰과 어르신이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요양원 원장은 리프트 안전점검에 소홀했다. 시설장은 리프트가 작동하는지와 유압유(리프트를 움직이게 하는 기름)가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자동으로 잠겨야 하는 리프트 자동잠금장치를 확인하지 않았다. 요양보호사 또한 사건 당시 요양원 거실 소파에서 잠든 A어르신을 방치하고 다른 어르신을 살피는 중이었다.
이때 A 어르신은 1층 리프트 출입문을 열었다. 당초 잠겨 있어야할 문이었다. 문이 열리자 A어르신은 지하 2층으로 추락해 허리와 골반 등을 다쳤다. 이 사건은 즉시 지자체에 보고됐고, 지자체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1심 재판부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 했다. 요양보호사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2심 재판에서 발생했다. 검사는 1심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2심인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부장판사 장재윤)는 1심 판결을 깨고 시설장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범죄사실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요양시설이 가입한 보험으로 피해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리프트가 층에 없는 경우 리프트로 통하는 문이 원래 설계대로 자동 잠금이 잘 되는지를 피고인이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피해자가 1층 거실에 혼자 방치된 상태에서 리프트가 없음에도 출입문을 열었고 지하 2층으로 추락해 상해를 입었는바 그 주의의무 위반 내용 정도에 비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입소 초기 집중관찰이 필요한 기간에 발생한 것으로 업무상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2심 재판부는 이점을 지적했고,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과 피해자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에 이어 피해자 측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을 고려해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을 상향했다.
이 사건은 층별 2인의 요양보호사를 배치하지 않은 것이 핵심 원인이다. 요양원 구조상 층별 적정 인력을 배치하지 못한 점은 과실이다. 요양원 설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판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