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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에서 어르신들과 종사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이미지=쳇지피티) |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의 「장기요양시설 소유규제 역설과 개선방안」 논문은 고가의 토지가격으로 인해 장기요양시설 설치가 어려운 수도권 등 지역에서 임차 운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논문은 시설 소유를 전제로 한 현행 규제가 새로운 진입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는 장기요양서비스의 접근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시설 소유’ 요건을 완화해 ‘임대 운영’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골자다.
표면적으로 보면 규제완화는 공급 확대와 이용자 접근성 향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논문은 일본의 사례를 들어, 일본 장기요양시설의 절반 이상이 임대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이는 효율적이며 현실적인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한국도 고비용 토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거는 대기업이나 자본력을 갖춘 대형 법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토지 소유 없이도 시설 운영이 가능해진다면, 투자 여력이 풍부한 자본 중심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장기요양기관이 일정 기준의 부지와 건물을 ‘소유’해야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하여, 서비스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소유 기반 운영은 퇴출 시에도 돌봄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하지만 임차를 허용할 경우,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단기 진입해 철수하거나 인수합병을 반복함으로써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
논문은 이에 대한 안전장치로 ‘장기 임대차 계약’, ‘운영권 계약의 사전 심사’ 등을 제안하지만, 이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데 필요한 행정력과 감독 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미흡하다. 더구나 서비스 질 하락, 무책임한 철수 등의 문제 발생 시 피해는 고스란히 어르신과 가족에게 돌아가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장 논리의 확장’이다. 이 논문은 장기요양서비스 시장의 개방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진입 장벽 완화’를 필요조건으로 제시하지만, 이는 복지의 공공성과 정면 충돌하는 발상이다. 장기요양은 수익사업이 아닌 돌봄서비스이며, 수익성보다는 공공성과 인권 보호가 최우선되어야 한다. 임차 요양시설의 무분별한 도입은 장기적으로 ‘돌봄의 상업화’를 심화시키고, 서비스 질보다 수익률을 중심으로 한 구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논문은 임차 허용이 저소득층의 접근성을 높인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 고가 지역에서의 임대료는 궁극적으로 운영비용에 반영되며, 이는 곧 이용자 본인부담금 인상이나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임차 시설이 설령 증가하더라도, 이들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복지 실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결국 이 논문은 규제 개선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본 중심의 대형 법인에게 유리한 ‘정책적 구멍’을 열어주는 문서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요양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임대 운영을 명분으로 더 쉽게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 논문이 주장하는 ‘개선’이 실질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장기요양서비스의 본질은 이윤이 아닌,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돌봄이며, 이는 쉽게 훼손되어서는 안 될 사회적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