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인장기요양시설 평가를 앞두고 한 노인공동생활가정의 시설장이 평가 당일 심정지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시설장은 평가 준비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결국 평가단이 방문한 날 화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고, 2025년 2월 10일 사망했다. 발인은 2월 12일 진행되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현장 관계자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했다.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시설장과 종사자들은 이번 사건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으며, 평가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행정 업무, 짧은 평가 일정, 평가 결과에 따른 극단적인 불이익 등이 시설 운영자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특히 평가점수가 6년 단위 재지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설장들에게는 평가가 ‘생존이 걸린 시험’처럼 여겨지고 있다.
평가제도는 시설 운영자들을 응원하고, 동기부여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평가 방식의 변화와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고 다음과 같은 개선책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첫째, 평가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를 보다 명확히 공개하고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하여 시설 운영자들이 핵심적인 사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평가 부담 완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평가 준비 과정에서 시설장과 종사자들이 감당해야 할 행정 업무가 과도하다는 점을 고려해, 서류 작업을 간소화하고 온라인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부담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평가 준비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적·신체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관리 교육이나 상담 지원 등의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재지정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평가 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시설이 탈락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선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일정 수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시설에 대해서는 재평가 기회를 부여하고, 일정 기간 내에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넷째, 평가제도를 인증제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점수제 중심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인증을 받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평가 결과가 미흡한 시설에는 단순한 감점이 아니라 컨설팅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 내에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평가가 탈락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시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평가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필요로 한다. 시설장과 종사자들이 보다 건강하고 지속적으로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평가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글. 한철수 서울시 노인복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