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폐원한 어린이집을 노인요양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이러한 전환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시는 최근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폐원 어린이집 요양시설 전환 관련 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요양시설로의 전환 수요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사안으로, 어린이집을 노인요양시설로 전환할 경우 시설 재정비를 위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은 승강기, 화장실 등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집은 임차 운영이 가능하지만, 노인요양시설은 토지 소유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서울의 요양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차 기반으로도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 변화는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라는 사회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보육 수요가 감소하면서 어린이집은 경영난에 처한 반면,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 보육통계에 따르면, 2014년 24만3432명이던 보육아동 수는 2023년 15만5251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 수도 6787개에서 4431개로 크게 줄었다.
반면, 노인요양시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에는 서울에서 4만4512명의 요양시설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23년 서울의 요양시설 정원은 1만6318명에 불과해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심각하다. 더욱이 기존 요양시설은 서울 외곽에 집중돼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도심 내 어린이집이 요양시설로 전환되면 이러한 접근성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
이런 전환은 전국적으로 늘고 있지만, 서울의 경우 상대적으로 미진한 상황이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어린이집에서 요양시설로의 전환은 2019년 36곳에서 2023년 56곳으로 55.6% 증가했다. 10년간 총 2833개소가 전환됐지만, 서울은 4곳에 불과해 전국 17개 시도 중 15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요양시설에 대한 인식이나 비용 문제로 전환을 꺼리는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전환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