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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노인 학대 방지 vs. 다른 입소자 피해 사이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법원이 요양원에서 노인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했더라도, 요양기관 지정 취소는 다른 입소자들의 피해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지난 9월 26일 A종합복지원이 서울시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A요양원에 입소 중이던 B씨가 사망하면서 시작되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현장 조사 결과 B씨에 대한 신체적 학대 및 방임 정황을 확인하고 은평구에 결과를 통보했다. 이에 은평구는 A요양원에 장기요양기관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고, A요양원은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요양원은 "B씨에 대한 폭력 행위 방지를 위해 주의 및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보호와 치료를 소홀히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요양원 측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지 않았지만, 재량권 일탈 남용 주장 등을 받아들여 A요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요양원이 실시한 교육 등의 조치는 B씨의 폭행 사망 사고 방지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인정되나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요양원장이 주의 및 감독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은 요양원 운영을 중단시켜 노인 학대 행위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지만, 요양원 지정을 취소할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요양원이 문을 닫게 되면 남아있는 입소자들이 다른 요양원으로 옮겨야 하는 등의 부담을 겪게 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요양원이 이전에 의무 위반으로 행정 처분을 받은 적이 없고, B씨를 폭행한 요양보호사는 해고된 점, 요양원이 문을 닫으면 80명에 달하는 입소자가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지정 취소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노인 학대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다른 입소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재판부는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요양원의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다"며 "입소자들의 권익과 건강을 고려해 지정 취소 처분 대신 철회 명령이 적절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