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 중 분리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사례가 나왔다. 특히 분리조치 기간 중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한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지법 제3-3민사부는 최근 세종도시교통공사 소속 버스 기사 A씨 등 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분리조치 기간 중 가해자의 업무지시는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 등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사무직 근로자 3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청은 2022년 1월 사무직 근로자 B씨의 일부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회사에 시정을 지시했다.
이에 A씨 등은 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1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행위 일부만 괴롭힘으로 인정하여 위자료 액수를 30만원으로 낮추었지만, 분리조치 기간 중 B씨가 A씨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한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분리조치 기간 중 피해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한 행위는 업무의 필요성이나 정당성과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A씨가 B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하여, 재판부는 "형사 고소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불리한 처우 여부에 관한 것이므로, 무혐의 처분 사실이 직장 내 괴롭힘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분리조치가 이루어진 사업장에서도 분리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회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에 있어 형사 처벌 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