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 복지 예산을 125조6565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117조445억 원, 보육 예산 제외)보다 7.4% 증가한 수치로, 금액 자체는 늘었지만, 지난 5년간 평균 증가율(11%)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약자복지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으나, 긴축 재정의 영향으로 요양 간병 지원 등 일부 복지 사업 예산은 삭감되었다. 반면,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국가 재정과 건강보험에서 총 20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025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복지부 예산은 125조6565억 원으로 올해보다 7.4% 증가했다. 이는 정부 전체 예산에서 복지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18.6%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러나 내년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3.2%)에 비해 높긴 하지만, 올해 복지부 예산 증가폭 12.1%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기초생활보장, 노인, 보육 등 사회보장 분야의 예산 증가폭도 올해의 절반 수준인 7.7%에 그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려운 재정 상황 속에서 정부가 약자복지와 의료개혁에 집중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자복지도 긴축 재정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시행된 지 불과 5개월 된 '간병지원 시범사업'이 삭감 대상에 올랐다. 올해 85억 원이 배정된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은 내년도 예산이 24억 원 줄어들었다. 이 사업은 전국 20개 요양병원에서 1200여 명의 환자에게 간병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또한, 아동·보육 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3259억 원(5.9%) 감소한 5조2320억 원이 책정되었고, 장애인 연금 예산도 85억 원 줄었다. 복지부는 저출생으로 인한 아동 수 감소와 장애인 인구 감소가 이 같은 예산 삭감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개혁에는 대폭적인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 정부는 향후 5년간 20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의료 시스템을 개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소아청소년과에만 지원되던 전공의 수련비용과 수당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8개 필수과목으로 확대하고, 4600명의 전공의와 300명의 소아·분만 전임의에게 월 1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또한, 국립의대 교수 330명 증원, 의대 시설 장비 확충 등 전공의·의대 지원에만 80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필수 의료 분야에도 3000억 원이 투입된다. 달빛어린이 병원은 기존 45개소에서 93개소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12개소에서 14개소로 확대되며, 특수목적 음압구급차도 14대에서 내년에 56대로 대폭 늘어난다. 또한, 권역책임 및 지역거점병원 시설과 장비 현대화, 중앙-권역-지역 간 협진 체계 구축 등 지역의료 분야에 6000억 원이 배정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정 투입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일부 전공의 지원만으로는 해당 과목에 의사들을 유인하기 어려우며, 시장 상황과 의료 시스템, 수가 구조의 전반적인 개혁 없이 직접적인 전공의 지원으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한, 의료개혁을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입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석용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 정책은 일단 시행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유지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재정 확보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서는 단기적인 계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