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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나윤채 회장 |
시설에 들어서자 넓은 정원 너머 일산 신도시 아파트들이 톱니바퀴처럼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정원 한편에 서있는 빨간색 전화 부스. "전화 부스는 왜 설치했습니까?"라는 질문에 더지극정성 나윤채 대표는 "신고용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부당한 처우를 받거나 불편한 일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신고해도 좋다는 의미에서 설치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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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앞마당에 설치된 공중전화부스 |
# 노인복지 외길 인생
떠들썩한 2000년 밀레니엄 시대가 되자, 노인인구 통계가 뉴스의 중심을 차지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사회적 부담을 예고했지만, 개별 가족의 부양부담은 현실이었다. 직업의 높낮이를 떠나 키워준 부모를 모시는 자녀들의 부양부담은 20년 전에도 상당했다. 자녀들이 출근하고 나면, 돌봐줄 수 없는 어르신과 자녀세대의 처지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나 대표는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일산 대화동에 설치했다. 당시는 미인가 시설이었다. 9인 입소어르신은 금방 찼다. 전액 자부담임에도 불구하고,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많다는걸 체험했다. 이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됐고 강산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세월의 흔적은 고스란히 나 대표 백발에 담겨져 있었다.
# 더지극정성요양원
더지극정성요양원은 설치된지 만 2년이 지났다. 70명 정원으로 현재 62분의 어르신이 입소해 있다. 요양보호사 30명, 사회복지사 4명 간호조무사 4명, 물리치료사 1명이 직접 서비스를 진행한다. 침실은 1인실(6평)과 부부실 뿐이다. 원내 피부관리실이 있어 어르신들의 피부를 특별 관리한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여자는 여자다. 매일 야외정원 산책을 2회 실시하고, 건강한 발을 강조해 발관리에 신경 쓴다.
# 매일 발 씻어드립니다
어르신 발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발 관리 시작은 발씻기로부터 시작한다. 나 대표는 "요양원들이 한주에 몇 번 발을 씻나요? 더지극정성에서는 매일 발씻기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주1회 목욕 시에만 발 씻는걸 바꾸자고 제안했다.
# 매일 잠옷으로 갈아 입어요
어르신들이 푹 주무시지 못하는 이유가 입고 있는 옷 그대로 주무시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되어 직원들과 많은 협의를 거쳐 매일 주무실 때는 잠옷으로 갈아 입히기로 결정했다. “잘 주무신던가요?” 물었더니 “그렇죠. 다들 좋아하십니다” 간결하다. 자식들이 예쁜 잠옷들을 사가지고 와 그렇게들 좋아 했다고, 보호자들에게 사진도 모두 찍어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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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양원 생일 식사 |
# 프리미엄 요양원의 조건
프리미엄 요양원이라고 강조하는 시설이 많다. 공통적으로 침실이 1인실 내지 2인실이며 상급침실료를 받는 경우, 프리미엄급이라고 한다. 나 대표는 "프리미엄 요양원 조건이 침실 규모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이 되기 위해서는 어르신이 산책할 수 있는 자연환경이 중요하고, 노인학대는 일체 발생해서 안 될 것이며, 충분한 인력배치와 수가청구 무오류에 도전해야 한다. 특히 우발적 사고가 아닌 노인학대는 시스템 붕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최근 건보공단 청구그린기관으로 지정받았다.
# 고양시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나 대표는 고양시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 시설은 130여개가 회비를 완납하고 있다. 회비를 내지 않으면 회원자격을 박탈 한다. 나 대표는 “협회가입하면 권리와 의무가 동시 발생한다. 협회나 회원사 활동이 왕성할수록 회원시설을 위한 정보의 질과 내용은 깊어지고 풍성해지는 만큼, 집단지성의 네트워크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노협의 강점중 하나는 신규 진입한 회원기관을 위해 1년간 24회 교육 아카데미과정을 운영하여 기관안정을 돕고 있다.
# 효가 강조되는 미래형 요양원
나 대표는 미래형 요양원에 생각이 많다. 개인의 욕구에 맞는 식사와 생활, 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초위에 효(孝)를 덧붙이는 모델구축을 꿈꾸고 있다. 잠깐 면회오는 정도의 시스템으로는 평생을 헌신한 자식사랑의 갈증을 해소 할 수 없단다. 생신상은 매달 지정 일에 하지 않고 생신 당일에 차려드린다. 주무실 때는 잠옷으로 갈아입혀 드린다. 목욕은 주2회이고 매일 발 씻기를 실천한다. 아침식사는 야근자들이 30분 추가 근무해 출근조와 함께 제공해 급하지 않다. 식기도 식판이 아닌 개별 코렐그릇이다. 원하시는 어르신께 술 한잔(저녁에 막걸리 2/3컵)도 기꺼이 올린다. 노인학대예방은 모든 직원들이 체화되어 늘 주의하고 교육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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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극정성요양원 전경 |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2008년 시행 이래 급여고시는 32회 개정됐다. 개정빈도와 내용을 볼 때 장기요양의 미래는 캔버스 유화처럼 계속 덧그려질 것이다. 나윤채 대표는 “미래형 요양원의 벽화작업에 친구가 되어 달라”며 끝말을 남겼다.